[이해진 vs 김범수] 20년 동지서 경쟁자…이해진-김범수, 투명성 보고서로 또 '충돌'

입력 2015-01-23 21:22
수정 2015-01-26 09:56
다음카카오 23일 첫 발간 예고
공개 몇 시간 앞두고 네이버 선수쳐
다음 "商도의 어긋나" 거센 반발

'엄친아' 이해진 vs '이단아' 김범수
카카오, 다음 인수 - 네이버, 라인 출시
포털 - 모바일 영역 서로 침범 경쟁


[ 임근호 기자 ]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국내 1위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는 투명성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겪은 다음카카오가 국내 처음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예고한 23일을 몇 시간 앞두고서였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개인정보보호리포트를 발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네이버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많이 제공했는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업계가 다 같이 투명성 보고서 발간에 동참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경쟁사의 보고서 발표 바로 전날 똑같은 보고서를 낸 것은 상(商)도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에 불과했던 카카오가 작년 10월 다음과 합병해 인터넷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두 회사의 팽팽한 경쟁은 예견됐다. 서울대 공대 입학 동기(86학번)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로 친구 사이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이제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경쟁자 관계로 뒤바뀌었다.

◆너무 다른 성장 환경


두 사람은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자란 환경이나 성격은 많이 다르다. 삼성 임원이었던 아버지를 둔 이 의장은 서울 강남의 중산층 가정에서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자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들어간 삼성SDS에서도 평범한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지루하다고 느끼던 1999년 벤처 창업붐을 타고 삼성SDS 사내 벤처 1호인 네이버닷컴을 설립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반면 김 의장은 가난한 집안의 2남3녀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돈을 벌러 나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런 환경 속에서 독하게 공부해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들어가긴 했지만 대학 시절 내내 공부보다는 고스톱 포커 당구 바둑 등에 빠져 지냈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은 뛰어났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삼성SDS에서 PC통신 유니텔 개발을 지휘하며 승승장구했다.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1998년과 1999년 각각 한게임과 네이버컴을 창업한 김 의장과 이 의장은 곧바로 동업자가 됐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이 의장이 창업한 네이버컴은 돈을 벌 데가 없었다. 김 의장이 세운 한게임은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하드웨어 서버가 없었다. 두 회사는 2000년 합병해 NHN으로 거듭났다. 대학과 회사 친구였던 두 사람이 동업자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 차이는 결별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이 의장은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갔지만 외향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의 김 의장은 답답함을 느꼈다. 2007년 회사를 떠날 때 그는 “네이버는 항구에 정박된 배”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모든 것을 네이버 안에 가두려는 태도 또한 못마땅해했다. 그는 이 의장을 오랫동안 보좌해왔던 네이버의 핵심 임원을 지난해 카카오에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주변 관계자는 “더 이상 상대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나오자 곧바로 라인택시 발표

이 의장과 김 의장의 본격적인 경쟁은 불꽃이 튀기 직전이다. 모바일 메신저 부문에서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한국, 네이버의 라인은 일본에 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힘을 기른 라인이 점차 한국으로 이용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을 내놓은 것에 대응해 네이버도 라인택시, 라인페이 등을 준비 중이다.

친구에서 동업자,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관계가 바뀐 이 의장과 김 의장의 질긴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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