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세는 시기상조…비만정책 재정비는 필요

입력 2015-01-23 17:45
<p>의식주. 그 중 食은 인간의 삶, 입에 직결되는 문제다. 풍진 을미년의 시작은 담배가 4~6천원에 육박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을 담보로 주류세 인상 검토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내가 마시는 이 콜라 한 잔은, 초콜렛은. 너희는 이 풍진 가격정책 속에서 안전할까.</p>

<p>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이라 명명한 이래 각국은 이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론은 정부가 싱글세 거론에 이어 비만세까지 도입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p>

<p>덴마크는 2011년 2.3% 이상 포화지방이 함유된 모든 음식에 지방 1kg당 한국돈 약 2700원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실패했다. 덴마크 국민들이 고지방식품을 덜 먹는게 아닌 국경을 넘어 저렴하게 사오는 소비행태로 자국 식품업계 경기하락 등을 이유로 1년 만에 폐지했다.</p>

<p>이 사례는 국산과자의 가격상승, 과대포장으로 인해 수입과자 전문점의 수요가 늘어난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닮아있다. 이처럼 먹을 것에 특정 세율 인상을 하는 것은 서민들에게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다.</p>

<p>담뱃세에 이어 주류세 인상을 불가피하다고 보는 보건복지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p>

<p>보건복지부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 전체 비만율은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 '비만의 사회경제적 위협과 기회'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아동비만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p>

<p>비만에 대해 걱정하는 입장은 이렇다.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유발하고 아동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직결된다. 선진국에서 의료비용 총액의 8~15%가 비만에 따른 질병에 지출되며, 빈곤층과 저학력층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p>

<p>헝가리에서는 소금과 지방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일명 '햄버거법'이 시행 중이다. 프랑스와 미국의 뉴욕, 필라델피아에서 일부 탄산세를 도입하고 있다.</p>

<p>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일일 평균 12g의 소금을 섭취하는데 이는 WHO 권장량 2배를 넘는다.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 위암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다. 저염식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 비만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p>

<p>최근 식약처는 올해부터 햄과 주류, 한정판 햄버거 및 피자에 대해 열량 등 영양 표시가 의무화된다고 밝혔다. 칼로리 표시로 과식, 과음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작년 11월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만관리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후 행보가 잠잠하다. 위원회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모니터링하고 비만의 폐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p>

<p>또한 국내 지자체별 비만치료를 돕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남 곡성군은 화요일, 목요일 보건의료원 내에 '금연 및 비만치료 도우미실'을 운영한다. 관계자는 '금연 및 비만치료를 원하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아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p>

<p>따라서, 국민건강을 명목으로 슈가택스(Sugar tax)나 비만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볼 수 있으나 건강한 국민을 위한 맞춤 정책들은 필요하다. 청년층 고도 비만도 증가하고 있어 혼자 감당하기 벅찬 고충에도 귀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p>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이다영 기자 | ties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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