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내증시, 통큰 '슈퍼 마리오' 덕 볼까

입력 2015-01-23 11:04
수정 2015-01-23 13:38
[ 박희진 기자 ]
유럽이 꺼내든 파격적인 양적완화 '카드'가 국내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의 반등을 기대해도 좋지만, 장기적인 상승재료로는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34포인트(0.85%) 오른 1937.16을 나타내고 있다. 간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 결정 소식에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전날 ECB는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9개월간 매월 600억원 규모의 자산매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질보다 양'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규모면에서는 ECB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획대로라면 ECB는 내년 9월까지 최소한 1조1400억유로의 자산매입을 실시하게 된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 규모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 여기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사실상 무제한 국채매입까지 시사하면서 이번 ECB의 결정은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목표치인 연 2%에 미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해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주목하며 국내 증시도 일부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초 이후 매도세로 일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ECB 정책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안전자산으로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부 되돌려지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대형업종 중심으로 단기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황상 외국인 매수가 돌아오는 모양새로, 지금은 유동성 확장에 대한 기대감에 일단 올라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를 둘러싼 외부 변수와 ECB의 자산 매입 방식을 고려한다면 국내 증시의 반등은 단기에 그칠 것이란 평이 많다.

김 연구원은 "양적완화의 실물경기 파급 효과에는 불확실성이 있어 유로존의 경기 부진은 위험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며 "국제 유가와 그리스 총선 등 악재들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반등 강도는 제한적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번 양적완화를 두고 규모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구체적인 자산 매입 방식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ECB에 따르면 자산 매입은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자본 출자액 규모별로 민간채권 및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채 매입으로 발생하는 위험은 각 중앙은행으로 80%가 귀속되며, ECB는 단 20%만 부담한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산매입에 따른 ECB의 책임규모가 제한적이고, 경기취약국의 자산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이 한계"라며 "증시의 단기적 강세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충분한 상승 재료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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