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프런티어 시대, 전문대에 길을 묻다] '김남주 메이크업' 수경 원장의 화려한 3D 성공기

입력 2015-01-20 10:05
수정 2015-08-30 22:30
⑪최수경 순수살롱 대표원장(김천과학대 뷰티디자인과 졸)
메이크업 시작한 사연 "대학시절 교수님 칭찬에 진로 결정"
"화려한 모습만 보고 온다… 청소부터 시작 각오해야 성공"


지식경제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은 '간판보다 실력'입니다. 안전제일 직업관을 벗어던지고, 청년층이 잡프런티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펙초월 채용문화'로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롤모델이 될 전문 지식인과 맞춤형 전문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김남주 메이크업’을 탄생시킨 주인공. 최근 업계에서 가장 ‘핫’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수경 순수살롱 대표원장(35·사진)의 수식어다.

그의 라이프 사이클은 담당 연예인들에게 맞춰져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최 원장도 덩달아 바빠진다. 함께 밤 새워 준비하고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다. 김남주뿐 아니라 김윤진·성유리·김옥빈·한은정 등이 최 원장의 고객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죠. 남주 언니 ‘내조의 여왕’ 때였는데 당시엔 내추럴 메이크업이 대세였거든요. 전 좀 다르게, 딸기우유색 립스틱을 썼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진하게 칠한 거예요. 방송 보니까 핑크색이 너무 튀더라고요. 어떡하지 했어요. 막 쥐구멍에 숨고 싶고. 의외로 그게 확 떴죠. 사람들 눈에 신선하게 보였나 봐요.”

김남주 메이크업을 계기로 그는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스타뷰티쇼’ 메인 MC를 비롯해 ‘겟잇뷰티’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 여러 프로그램의 메이크업 디렉터를 맡았다. ‘2009 코리아 라이프 스타일 어워즈’, ‘2013 아시아 모델 어워즈’ 올해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상도 수상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최 원장은 인근의 김천과학대 뷰티디자인과(당시 피부미용과)를 졸업하고 홀로 서울에 올라와 몸으로 부딪치며 일을 배웠다. 바닥 청소, 커피 타기부터 시작했다. 밤샘 작업과 주말 근무도 다반사였다. 그래도 좋았다. ‘내 길은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메이크업 담당 교수의 칭찬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유명 연예인들과 언니 동생 하며 속 깊은 얘기도 나누는 사이.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3D 직종이란 게 그의 귀띔이다.

지난 15일 청담동 순수 숍에서 만난 최 원장은 “연예인들과 일한다고 하니 화려한 모습만 보고 온다. 그런 환상만 갖고 오면 못 버틴다”면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다시 배울 각오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김남주 메이크업,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하다.

“남주 언니랑은 ‘푸르지오’ 모델 할 때부터 같이 했다. 그게 인연이 돼 쭉 함께 하고 있으니 10년 넘은 것 같다. 언니가 생각하는 얼굴 모양, 아이 메이크업 같은 코드가 잘 맞았다. 무엇보다 성격이 너무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도 친한데 오히려 언니가 내 하소연을 들어주는 편이다. 보통 생각하는 연예인 이미지랑 달랐다. 남주 언니가 워낙 인간적이고 주변을 잘 챙긴다.

김남주 메이크업은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남주 언니가 ‘내조의 여왕’으로 오랜만에 복귀할 때였다. 당시엔 내추럴이 대세였는데 딸기우유색 립스틱을 썼다. 근데 그날따라 너무 진하게 썼다. 방송을 보는데 너무 튀더라. 막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웃음) 그런데 의외로 그게 확 떴다. 사람들 눈에 신선하게 보였는지 이슈가 됐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도 됐다.”

- 해외 출장도 같이 간다고.

“수입 화장품 멀티숍 ‘벨포트’ 광고랑 화보를 찍는 남주 언니와 동행한다. 담당 연예인 라이프 사이클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드라마 들어가면 새벽에 나와서 메이크업해야 하니까. 모니터링도 재미로 보면 안 된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사람과의 관계다. 불편하면 어떻게 메이크업 맡기나? 이것저것 물어볼 때 적어도 그 연예인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 다른 연기자들도 많이 맡고 있다고 들었다.

“김윤진 언니. 사람이 참 신중하다. 친해지면 진짜 재미있고. 일 처음 시작할 무렵 스태프로 만났던 사이인데 메이크업 맡게 돼 떨렸던 기억이 난다. (김)옥빈이는 데뷔 때부터 맡았다. 서울에 혼자 올라와 많이 외로워 하길래 스무살 되면 술 한잔 하자고 했더니 딱 그날 전화해 ‘언니, 나 스무살이야’ 하더라. 성유리씨도 몇 년 됐다. 예쁜 사람이니 최대한 자기 모습 꺼내주자고 생각했다. 아주 깨끗하게 메이크업 했더니 본인도 그렇고 팬카페 반응도 좋았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남주 언니 어머님이랑도 잘 안다. 언니가 활동 복귀할 때 언니 어머님이 말해줬다고 한다. ‘너랑은 수경이가 잘 맞는다’고. 그렇게 김남주 메이크업이 탄생한 거다. 맡고 있는 연예인 결혼 기사가 뜬 적도 있는데, 왜 나한텐 얘기 안해줬냐고 했더니 ‘제일 먼저 알려줬는데 무슨 소리냐’ 그러더라. 메이크업할 때 집중하는 편이라 대화 내용을 잘 기억 못한다. (웃음)”

-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대중적인 직업은 아닌데.

“그러니 감사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관심도 받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메이크업 일을 할 거란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가 미용실을 하신다. 어릴 때부터 자연히 관심을 갖고 헤어 쪽으로 갈까 싶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건 순전히 대학 시절 교수님 덕분이다. 메이크업 가르치는 박미경 교수님이 ‘넌 따로 배웠니?’ ‘붓 잡는 것부터 달라’ 이렇게 칭찬해주셨다. 전문가 눈에 나도 몰랐던 재능이 보인다고 하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나.

“사실 어머니는 반대했다. 일이 힘든 걸 아니까. 공부를 그렇게 못하지는 않았다. 4년제대 사회복지과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을 안 냈다. 내가 그쪽엔 관심이 없다는 걸 진작 알았다. 대신 2년제 미용과에 가겠다고 했다. 재미있어 보이고 해보고 싶었다. 어머니는 나중엔 메이크업 하는 것도 말렸다. 평생 직업 삼으려면 헤어를 해야 한다고. (웃음)”

- 굳이 4년제 아닌 전문대에 진학한 계기가 있었다면.

“이쪽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부미용 학과가 전국에 5곳 정도? 그래서 택했다. 지금도 우리 학교 출신이 업계에 많이 진출해 있다. 당시만 해도 4년제대엔 아예 관련 학과가 없었고. 지금은 취업률 때문에 많이 생겼지만. 어릴 때 인형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랐던 기억이 난다. 내 성향이나 관심사가 이쪽이었던 거고, 스스로 그걸 잘 알았던 것 같다.”

- 일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대학 1학년 땐 준오헤어에서 실습했었고 2학년 때 조기 취업해서 졸업 전부터 일했다. 헤어, 메이크업, 스킨케어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마지막에 본인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땐 대학에서 피부미용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처음 일 시작할 때부터 사장님이나 원장님이 뭘 배웠는지 궁금해 하고 챙겨주곤 했다.

난 운이 좋았다. 힘들었지만 너무 즐거웠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공했냐고 묻는데 비결이 따로 없다. 난 항상 일이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주말에도 일을 배우러 나왔다. 숍을 옮긴 적은 있어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20대로 다시 돌아가도 그만큼 할 자신이 없을 정도다. 명절 때 고향집도 못 가고, 일한 지 5년 넘어서 휴가란 걸 갔으니.”

- 메이크업할 때 뭘 강조하나.

“우선 오버하지 않는 것. 연예인은 모두 예쁜 사람들이다. 평소보다 조금만 더 예쁘면 된다. 충분히 예쁜데 뭘 그리 오버하나. 베스트와 워스트는 한 끗 차이다. 과하니까 대중이 부담스러워 하는 거다.

또 하나는 기복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메이크업 받는 사람의 상태는 매일 다르다. 어떤 날은 부어있고 눈이 풀리거나 피곤해서 살 빠졌을 수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메이크업을 하나? 상황에 맞춰 메이크업도 매번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평소 얼굴을 연구하고 모니터도 많이 한다. 사람의 표정과 성격까지 고려해 메이크업해야 기복을 줄일 수 있다.”

- 조화가 중요한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메이크업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 헤어나 드레스 코드, 피부 파운데이션이랑 어울려야 예뻐 보이는 거니까. 디렉터를 맡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감은 있어야 편하다. 스타일링 제시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연말 시상식 메이크업 같은 경우 드레스 숍이 정해진다. 적어도 어울리는지 아닌지 보는 눈은 있어야 메이크업도 거기 맞춰 할 수 있다.

메이크업할 건데 헤어는 왜 배워야 하냐고 많이 묻더라. 필요하다. 그 사람 피부 톤에 맞춰 파운데이션 제품 선택도 하고 피부 트러블 없게끔 판단도 내려야 한다. 종종 한 명만 출장 가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혼자 헤어나 패션도 다 해야 한다. 전공이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느낌은 내야 하는 거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된다.”

- 후배들이나 이쪽 분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헛된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배웠다고 바로 고객 메이크업할 거라 생각한다. 바닥 쓸고 커피부터 타는 걸 받아들이질 못하는 거다. 그건 아니다. 일단 마음 먹었으면 이것저것 가려선 안 된다. 나라고 달랐겠나. 처음 주어진 역할이 청소라면 내가 맡은 곳이 깨끗했으면 좋겠고, 커피 타기라면 내가 탄 커피가 정말 맛있었으면 좋겠고. 난 그랬다.”

- 정말 원한다면 힘든 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청소나 커피 타기가 허드렛일 같지만 서비스업에선 중요한 일이다. 내 경우엔 일 시작하고 3년 정도 지나니 팔이 너무 아파 못 들겠더라. 그렇게 될 때까지 몸 아프다, 새벽 출근 힘들다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불필요한 관행까지 무조건 다 감수하라는 건 아니다. 예전엔 선배들 밥 다 먹기 전엔 밥도 못 먹었다. 그런 건 내가 원장 되고나서 바꿨다. 다만 해야 할 일은 확실히 해야 한다는 거다.”

- 제대로 각오하고 오라는 거구나.

“이쪽 일은 진짜 3D다. 담당 연예인이 드라마 촬영하면 매일 새벽 같이 나와서 메이크업해야 한다. 광고 촬영은 철야 작업이 많다. 주말엔 결혼식이나 웨딩 촬영 신부들 메이크업이 몰려있다. 당연히 밤잠 못 자고 주말도 못 쉰다. 담당 연예인 해외 나가면 따라가야 하고. 남들 퇴근하는 오후 6~7시 퇴근이면 너무 감사한 거다. 친구들 얼굴 보기도 어려운 게 이 생활이다.

그만큼 이 일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새벽 출근도 주말 출근도 싫다면 어떡하나. 학교에서 다 배우고 왔는데 왜 허드렛일 해야 하냐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다. 이건 이래서 싫어, 저건 저래서 안 맞아… 그러면 이 생활 못 견딘다. 세상에 자기한테 100% 맞는 직업은 없지 않나. 큰 줄기에서 이거다 싶으면 스스로 맞추고 경력 쌓아가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 화려해 보이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다는 건가.

“후배들이 일에 대한 환상이나 자신감, 무엇보다 ‘청소하는 건 자존심 상한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우리는 한쪽 다리로 오래 서 있어서 발목 붓고 돌아가는 게 일상이다. 나도 돈 없는 스태프 때 마사지 받으러 많이 갔다. 감정노동이라 손님 ‘갑질’에 힘든 일도 겪는다. 연예인 메이크업 한다니까 화려해 보이지만 이렇게 힘들다는 걸 알고 왔으면 좋겠다.”


◆ 나에게 전문대란…

정말 원하고 관심 있는 곳, 나에겐 정말로 필요한 곳이었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는 곳, 나의 지금을 있게 해준 곳. 거기서 처음 시작했고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었다. 내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전문대를 추천해준다. 지금은 4년제대(경기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학점은행제로 공부했고 다음달 졸업한다. 전문대 학력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해 광고홍보나 뷰티 쪽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다. 적성에 맞춰 진학하고 필요에 따라 더 공부하는 게 맞는 방향 아닐까.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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