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귀찮아서 미룬 전입신고…눈앞에서 날아간 월세공제 50만원

입력 2015-01-19 21:37
수정 2015-01-20 03:55
연말정산과의 전쟁

나는야'국세청 명예직원'
"의료비·월세·안경비 챙기세요" 컨설텅부터 전산입력까지 컴맹 상사들의 '도우미' 전담

돌려받는 돈 적은 것도 속상한데…
보안 프로그램 깔고 또 깔아…연말정산 홈페이지 들어가니 나중에 접속하란 야속한 안내문


[ 임현우 기자 ]
식품업체에 다니는 이모 과장은 2014년을 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온갖 절세상품에 가입했다. 소득공제 금융상품 ‘삼총사’로 불리는 연금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 주택청약종합저축 중에 소득공제장기펀드를 한도(연간 600만원)에 꽉꽉 채워 가입했다. 현금 사용을 최대한 늘리려고 주말에는 경기 지역에 있는 아울렛까지 가서 겨울 막바지 세일의 끝을 잡았다. 이 과장은 “연말에 남은 연차를 쓰면서 하루를 꼬박 연말정산에 쓴 보람이 있길 바란다”며 “13월의 월급까지 바라진 않지만 세금 폭탄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월의 보너스’가 될까, 아니면 ‘13월의 날벼락’이 될까.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김과장 이대리들의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소득공제 주요 항목이 세액공제로 전환된 뒤 처음 맞이하는 올 연말정산에서 상당수가 세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물어야 할 판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아는 만큼 줄일 수 있다. 연말정산과 관련된 김과장 이대리들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실수를 반복하면 안되죠”

시중은행 2년차 행원인 김모 계장은 작년 연말정산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멋모르던 1년차 때 별생각 없이 연말정산을 했다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토해냈던’ 경험 때문이다. 고객을 위한 절세상품은 많이 판매하면서 정작 본인의 금융자산 관리는 신경 쓰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미혼에 애인도 없는 싱글이라 특별히 쓴 돈이 없었던 데다 재형저축, 연금보험 같은 상품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것. “손님들에겐 늘 세제 혜택을 소개하는 금융인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김 계장은 이후 금융세테크를 꼼꼼히 챙기기 시작했다. 공제율이 30%에 달하는 체크카드를 생활화한 것은 물론 소득공제가 되는 금융상품에는 거의 다 가입했다. “동생 대학교 학비도 대신 내줘 왔는데 이번에는 꼼꼼히 계산하려고요.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해 온 것 같은데, 바짝 챙겨서 절대 토해내는 일이 없게 할 겁니다.”

연말정산계의 ‘유느님’

“유 대리, 여기 화면이 떴는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돼?” “유 대리, 와서 이거 저장 좀 해 줘 봐.”

직원 서른 명 남짓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 대리는 이맘때만 되면 상사들의 ‘연말정산 도우미’로 불려다니는 게 일상사다. 컴맹인 상사들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홈페이지에 들어간 뒤 조금만 막히는 게 있으면 무턱대고 유 대리에게 ‘SOS’를 친다. 직속 팀장인 A부장의 컴퓨터를 붙잡고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내려받아 출력한 뒤 일일이 입력까지 해 주고 나면 옆에서 B이사가 부르고, 조금 있으면 C부장도 물어온다. 홈페이지에 미처 다 집계되지 않는 의료비와 월세, 자녀 교복비, 안경 구입비 등도 챙겨야 한다는 점을 짚어주는 경지에 이른 그에게 동료들은 “국세청 명예직원을 해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헉! 홈페이지에 ‘25만명 대기 중’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하는 2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처음으로 연말정산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데다 연말정산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회사가 IT 관련 업종이다 보니 보안이 매우 철저하거든요. 외부 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이것저것 체크하는 과정도 많고, 프로그램을 깔아야 할 것도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연말정산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또 프로그램을 깔라고 하고, 공인인증서도 필요하고 처음부터 진이 빠졌습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홈페이지가 열린 지난 15일 아침, 온갖 단계를 넘어 사이트에 접속한 이씨. 그런데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객님 앞에 25만8895명의 대기자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 사용자 수가 많아 접속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사람이 많으니 나중에 접속하라는 야속한 안내 메시지였다. “연말정산하라고 회사에서 따로 시간을 주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시간만 허비하고, 직장 초년생에게는 너무 힘든 연말정산입니다.”

방심하면 아까운 돈 날아가요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대리는 연말 소득공제 계산을 하다 돌려받을 수 있는 현금 50만원을 날려버린 걸 알았다. 김 대리는 작년 봄 새로운 원룸으로 이사를 했는데, 바쁜 통에 차일피일 전입 신고를 미뤘다. 소득공제에서는 월세로 지출한 금액의 10%를 돌려주는 항목이 있는데,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뒤늦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 봤지만 전입신고 이후에 지급한 월세만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 대리는 “부양가족 없이 홀로 서울에서 지내고 있고 별다른 세제혜택 상품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탓에 올해 20만원가량을 더 내게 됐다”며 울상이다.

전 직장에 전화할 용기가 안 나서…

지난해 말 5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후 새 직장으로 옮긴 강모 대리는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말정산을 받으려면 이전 직장의 소득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직을 만류하는 직장 선후배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온 터라 소득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이직할 때는 절대로 1월엔 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어요. 전 직장에 소득증명서를 보내달라고 하는 게 말이 쉽지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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