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네 탓' 공방
與 "소득계층별 축소 분석해 문제 있으면 조치"
野 "재벌감세 탓…세액공제율 올리는 방안 마련"
[ 이정호 기자 ]
직장인의 올해 연말정산 환급액이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면서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조세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법 개정은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자칫 민심 이반 등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세법 재개정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 연말정산을 둘러싼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2013년 세법 개정으로 대다수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공제받을 수 있는 세금액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비판한 새누리당은 국민 불만이 커지자 19일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이 축소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세법 개정으로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받는 환급 방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흔히 말하는 13월의 보너스라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개인 입장에서는 내지 않았어야 할 세금을 미리 냈다가 나중에 돌려받으면 받을 때는 좋지만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이어 “기존 소득공제 방식에선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가 더 많이 공제받기 때문에 소득 역진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같은 소득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연말정산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것이고, 연봉 7000만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 세금 증가가 미미하도록 설계한 게 현재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심 수습을 위해 세법 재개정 카드까지 언급했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충하는 조세 정책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세법 재개정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나 수석부의장은 “정부·여당은 소득계층별 (환급액) 축소 정도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문제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액공제율 인상 등 서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정부와 여당을 몰아붙였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들어올 곳은 없는데 나갈 곳은 많아 정초부터 유리봉급 생활자의 웃음이 사라졌다”며 “정부가 봉급생활자의 지갑을 털어 재벌 감세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한 결과”라고 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자료를 인용,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연봉 2360만~3800만원 직장인은 세 부담이 최대 17만원 늘어난다”며 “세액공제를 유지하되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5%포인트 정도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수 추계가 나오는 대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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