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 '글로벌 환율전쟁'을 피하는 증시 대응전략

입력 2015-01-19 14:06
[ 정현영 기자 ] 지난해 말 여의도 증시전문가들이 꼽은 국내 금융시장의 올해 최대 화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벌어질 '글로벌 환율전쟁'이었다. 그런데 미국보다 스위스에서 먼저 환율전쟁이 점화됐다.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정책 발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의 금리인상 경계감도 여전해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연관성이 '제로'에 가까운 화장품, 통신, 서비스 업종으로 단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 스위스 프랑, 유로화와 환율전쟁서 패배…국내 영향은?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유로화에 대한 환율 하한선을 포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도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며 1880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그간 스위스 프랑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려왔다. SNB의 결정이 사실상 유로화와 환율전쟁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스위스 프랑의 강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자산가격까지 뛰었고, 무역흑자와 더불어 와화자금 유입으로 인해 인위적인 환율 방어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판단했다.

스위스 프랑에 승리한 유로화는 ECB의 자산매입 기대감 등을 미리 반영하면서 빠른 속도로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총선 탓에 ECB의 국채매입 실행은 예상보다 지연될 수도 있고, 향후 ECB 양적완화책이 일본 중앙은행(BOJ)의 자산매입 연장(엔화 약세)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통화정책과 연관된 외환시장 변동성 위험에 적잖은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아울러 앞으로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잠재적인 리스크도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는 저금리를 기반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해외대출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등 신흥국의 신용위험과 선진국 통화전쟁의 후유증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신흥국을 제약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금리인상이 두려운 이유…"2013년 5월을 떠올려야"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또는 중반 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경우 상반기 글로벌 자산 시장은 불안정해 질 것"이라며 "6년간 익숙해진 제로 금리 시대 종료에 대한 변화의 두려움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금리 인상의 통화정책 변화기에도 주식과 채권의 동반 조정 국면이 발생한 바 있다. 경기 확신이 없는 가운데 초기 금리 인상은 할인율 상승으로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금융시장에 불어닥칠 두려운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도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몸값이 뛰어오르는 동시에 국내 유입돼온 외부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저유가 기조가 유지될 경우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 신흥국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신흥국 증시와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3년 5월, 미국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자 신흥국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진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21일 BOJ, 22일 ECB 등 글로벌 환율전쟁 재점화…대응전략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강화(스위스 프랑 강세와 금 가격 상승)와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 이탈 가능성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주식전략팀 연구원은 "증시는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라며 "오는 21일 BOJ와 22일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어 변동성 확대 위험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점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어 "증시 방향성에 대한 짐작이 어렵다면 방향성에 영향을 덜 받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즉, 원·달러 환율과 업종지수의 상관계수가 '제로(0)'에 가까운 업종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증시 주요 업종별 지수와 원·달러 환율간 상관계수를 분석해 본 결과, 화장품과 통신업종 그리고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종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하나대투증권은 권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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