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진단
세계 경제 뼛속까지 약해져
'低유가 주사' 한방으로 안돼
[ 워싱턴=장진모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신흥국 경제가 달러 강세, 금리 상승, 자금흐름 급변 등 3대 악재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사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외교협회 연설에서 “저유가와 미국의 경제회복이 성장 둔화에 직면한 세계 다른 지역의 경제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신흥국이 3대 악재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 경제의 ‘나홀로 성장’에 따른 달러 강세가 신흥국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신흥국 은행과 기업들이 지난 5년간 달러 부채를 늘려왔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은행 및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선진국 통화정책의 ‘탈(脫)동조화’도 신흥국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양적 완화 등 경기부양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은 상반기 이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Fed의 금리 인상이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신흥국 및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원유와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가장 큰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나이지리아 러시아 베네수엘라는 통화 평가절하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글로벌경제 전망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주요 관심사는 과연 저유가와 미국의 강한 회복이 글로벌 경제를 더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게 하는가”라며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성장이 아직 취약하며 불균형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이 저성장과 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성장과 저물가 환경에서는 실업률을 낮추고 공공 및 민간 부채를 줄이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저유가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ECB가 보다 강한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저유가로 팔뚝에 주사를 한 대 맞는 것이 좋을 수는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뼛속까지 약하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다음주 초 발표할 예정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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