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삼성 '스마트홈' vs 애플 '홈킷', 세계 IT업계 전쟁터…스마트폰에서 IoT로 이동

입력 2015-01-16 17:16
CES 2015 - 인류, 미래를 찾다

삼성전자, 스마트홈 최대 강자
스마트폰·TV·냉장고 세계1위…제품끼리 연결만해도 시장 확보

LG전자, IoT플랫폼 확대
모바일 메신저·가전제품 대화…'홈챗' 연동 제품 확대


[ 전설리 기자 ] 세계 정보기술(IT)업계 전쟁터가 스마트폰에서 사물인터넷(IoT)으로 이동하고 있다. IoT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통신망으로 서로 연결돼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웨어러블(착용하는) 기기,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을 모두 아우른다.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도 화두는 단연 IoT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는 물론 퀄컴 등 칩셋 업체, 벤츠 등 자동차업체들이 생활 속 IoT 기술을 대거 전시했다.

IoT 신기술 대거 전시


삼성전자는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주요 전시관인 센트럴홀 중앙에 스마트홈을 꾸몄다. 생활 속 IoT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거실과 주방 침실에서 각종 가전제품과 조명 블라인드 실내온도 등을 원격 조종하고 타이젠 운영체제(OS)를 내장한 스마트TV로 곳곳을 감시하는 서비스를 시연했다. 아예 차고 모양의 전시시설도 설치했다. 스마트폰이나 TV로 자동차 내부온도와 목적지 등을 미리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5년 내 모든 삼성 제품을 연결해 IoT 시대를 현실화하겠다는 비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5일 ‘CES 2015’ 기조연설에서 20여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초소형 후각 센서, 미세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작인식 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D램·낸드플래시를 집적한 임베디드 패키지 온 패키지(ePOP·embedded package on package) 반도체 등을 소개했다. 크기가 매우 작고 전력 소모량이 적은 지능화된 센서와 반도체 칩은 IoT 구현에 꼭 필요한 구성요소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방 전략으로 IoT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스마트워치에 목적지를 말하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통해 날씨와 교통정보, 운전자가 선호하는 도로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공룡들 잰걸음

IoT 현실화가 다가오자 시장 선점을 위한 IT업계 공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미국 IoT 기술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2억달러(약 2000억원). 스마트싱스는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전등과 잠금장치 등을 조작하는 서비스 등을 개발했다. 구글은 작년 초 자동 온도조절 장치 등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애플은 작년 6월 개발자회의(WWDC)에서 ‘홈킷’을 공개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각종 가전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다.

이들은 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핵심 분야인 스마트홈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에서부터 점차 기반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최대 종합 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반도체 TV 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IoT 시장을 주도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생태계를 조성하라

“한국 IT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IT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43)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MP3, 전자결제 등 분야에서 초창기에 기술력을 확보했던 한국 기업들이 번번이 글로벌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은 IT 환경이 잘 구축돼 있지만 각 부문에서 생태계를 만들 만큼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네이버의 라인,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은 머지않아 글로벌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론 사장은 “IoT 시대가 다가오면서 하드웨어 업체들이 부활할 조짐이지만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업하지 않고선 성공하기 어렵다”며 “제대로 된 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에버노트는 MS 오피스와 달리 단순한 문서작성 수단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좀 더 똑똑하게 일할 수 있는 문서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노트의 기업 가치는 15억달러 이상으로, 2013년 상장된 트위터 이후 최대 관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전설리 한국경제신문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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