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싸졌는데 느는건 식비뿐?…美 소매지표 쇼크

입력 2015-01-15 14:29
[ 권민경 기자 ]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경제 성장이 위축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번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9% 줄어들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0.1~0.4% 감소폭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3.2% 증가에 그치며 11월의 4.7% 증가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세부 항목별로는 음식료(0.3%)와 보건의료(0.5%), 가정용 가구(0.8%)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자제품(-1.6%)과 자동차(-0.7%) 판매 감소가 12월 하락을 주도했지만, 이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3% 줄어 0.3%~0.5%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이 여파로 이날 미국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 넘게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등 주요 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업계에서는 12월 소매판매지수가 실망스럽긴 해도 미 경기가 추세적으로 위축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경제가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에 의해 3% 성장한다는 시각을 유지한다"며 "무엇보다 취업자 증가에 이어 임금 상승이 수반되며 노동소득의 본격적인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휘발유(가솔린) 가격의 급락으로 유류비 지출 부담이 감소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고 있다"며 "연간 금액 기준으로 4000만 달러 규모의 유류비 지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 유가가 작년 11월 배럴당 평균 75달러 선에서 12월 59달러까지 떨어지자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도 11월 갤론당 3.21달러에서 12월 2.87달러로 10% 넘게 내려갔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유류비 지출 감소는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 지출의 증가를 유발한다"며 "소비 여건 개선 추세는 올해 더욱 양호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 영향이 '제이-커브'(J-curve, 환율 인하 후 처음에는 악화되지만 그 후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내는 J형 그래프) 처럼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에서 경기 개선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유가 하락은 비용감소와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지며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이 온기가 실제 전달되는 데는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 초기엔 부정적 영향이 먼저 반영된다"며 "시간이 가면서 점차 긍정적 영향이 유입돼 결국 소매지수는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시점은 2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도 "유가 안정은 가계 소비 안정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소매 판매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중앙은행(Fed)은 베이지북(경제동향보고서)을 통해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 활동이 '점진적' 또는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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