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 뒤에는 '과시형' 소비문화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저성장과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고가의 제품 대신 희소성 있는 제품에 눈을 돌린 것이 허니버터칩 인기를 갑절로 키웠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허니버터칩의 성공이 제품 본질 가치 외에 마케팅과 브랜드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알려준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 아이폰6 줄서기·허니버터 삼매경 공통점
15일 하나대투증권은 'SNS 속에 숨어있는 변화의 트렌드'란 보고서에서 "최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때문에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비싸고 좋은 것을 구입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원할만한 것을 타인보다 먼저 소유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 이영곤 연구원은 "요즘 소비자들은 아이폰 출시 전 노숙을 하며 기다리고, 허니버터칩 판매처를 찾아 수십군데 편의점을 헤매인다"며 "희소성(허니버터칩)이 있거나 남들이 아직 갖지 못한 것(신형 아이폰)을 얻음으로써 부러움의 대상이 되려는 과시형 소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소비행태 흐름이 베블런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의 결합이라고 진단했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값비싼 귀금속, 고가의 가전제품, 고급 자동차 등은 경제 상황이 나빠져도 수요가 줄지 않는데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밴드왜건은 행진할 때 대열의 선두에서 행렬을 이끄는 악대차다. 사람들이 밴드왜건을 보고 단순한 호기심에 따라가는 심리처럼 어떤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면 사람들이 덩달아 매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연구원은 "희소성이 있으며 남보다 먼저 구매해 다른 사람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최근 소비행태의 흐름은 베블런과 밴드왜건 효과의 결합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 힘들게 샀는데 자랑은 '필수'…SNS 인증샷
과시형 소비를 위해서는 내가 구입한 제품을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남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한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힘들게 산 물건의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려 타인의 부러움을 받은 뒤에야 소비를 통한 만족감이 충족된다"며 "전통적인 과시형 소비가 베블런 효과에 기반을 뒀다면 SNS를 통한 소비는 밴드왜건과 군중심리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일반 소비자는 물론 일부 연예인들까지 구입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제품을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며 허니버터칩앓이'를 하는 연예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허니버터칩의 성공은 제품의 마케팅과 브랜드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기업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희소성을 부각시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졌던 제품들은 SNS 마케팅으로 무장한 신제품에 끊임없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주변사람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속에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새로운 트렌드 실마리가 있는 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기사보다 빠른 주식정보 , 슈퍼개미 APP]ⓒ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