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말하다
"금리 오르면 중산층 집단 디폴트 우려"
[ 하수정 기자 ]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EY 아시아태평양지역 상임고문·사진)은 “올해 중간급 이상의 경제쇼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중산층 가계의 ‘집단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부총리는 1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EY한영 주최로 열린 ‘2015 경제 전망과 기업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일시적인 경기 후퇴라며 표현 수위를 낮추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인 경제 패러다임은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바뀌었다”며 “‘숨겨진 디플레이션(disguised deflation)’ 시대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산층 붕괴를 막기 위해 주거비와 교육비를 낮추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구조와 자금 조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을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이 은퇴 자산의 대부분을 넣어둔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고 그 손실을 만회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주택담보대출은 늘고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용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소비 위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선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 전 부총리의 처방이다. 그는 “가계 부채 문제와 소비 부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금리마저 오르게 된다면 중산층이 집단 디폴트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저금리는 선택 수단이 아닌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올해 첫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전 부총리는 이번 기회에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계의 가장 큰 두 가지 지출항목인 주거비와 교육비를 낮춰 소비여력을 키우는 구조를 만드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 좀비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킬 것을 주문했다.
기업들은 ‘생자승(生者勝: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이란 말을 염두에 두고 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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