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세 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강모씨(48)에 대한 현장검증이 13일 오전 범행 현장인 서초동 아파트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점퍼 후드를 눌러쓰고 고개를 푹 숙인 강씨는 아파트 7층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 범행을 재연해 보였다. 40여 분간 진행된 현장검증 내내 강씨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장면을 재연하는 순간에는 다소 참담한 표정이었으나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시종 침착하고 담담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아내(44)와 큰 딸(14)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가족이 모두 잠들자 머플러로 한 명씩 목을 졸라 숨지게 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배가 아프다는 큰딸에게 약이라며 이달 초 처방받은 수면제를 주고 물과 함께 삼키도록 했다.
이어 두 딸이 잠들자 수면제 반 개를 와인에 섞어 아내에게 건넸고, 자기 잔에도 술을 따랐지만 아내와 함께 마시는 대신 방으로 향했다.
그는 홀로 책상에 앉아 유서를 작성한 뒤 다시 거실로 나와 잠이 든 아내의 목을 머플러로 졸라 살해했고, 작은 방과 큰 방에서 자고 있던 큰딸과 작은딸도 같은 수법으로 잇따라 살해했다.
범행 직후 경찰은 딸들이 누워 있던 침대에서 머플러 두 장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흉기였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딸이 배가 아프다고 해 수면제를 줬다고 진술했는데 이를 계기로 평소 생각해 왔던 동반자살을 실행에 옮긴 것인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씨의 아버지는 이날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초서 강력계에 감사 겸 사죄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형사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감사하고 죄인의 아버지로서 너무 죄송스럽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검증을 실시한 경찰은 14일 오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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