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IT입은 자동차
전시회 최다인 10개社 참가
자동차에 전자·IT 융합 '박차'
HUD에 전방 추돌 경보 뜨고
스마트워치로 주차 명령도
퀄컴 등 반도체 업체도 가세
무인차 적용될 프로세서 발표
[ 안정락 기자 ]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는 정보기술(IT) 업체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대거 참가해 미래의 첨단 기술을 뽐냈다.
전시회 사상 최다인 10곳의 완성차 업체가 참가한 이번 행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 신개념 자동차들의 경연장이었다. 자동차 기술이 전자·IT 산업과 빠른 속도로 융합해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연결성(connectivity)’이란 화두로 IT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미래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율주행차·수소차 등 선봬
현대자동차는 이번 행사에서 △증강현실을 접목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자동차와 웨어러블 기기의 연동 △3차원(3D) 동작 컨트롤 △원격 자동 주차 등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현대차의 증강현실 HUD는 속도 등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하던 기존의 HUD 기능을 대폭 개선한 게 특징이다. 이미 신형 제네시스의 HUD 시스템에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정보와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 전방추돌 및 차선이탈 경보 기능 등도 통합했다.
앞으로는 이를 넘어 더욱 다양한 정보를 HUD에 접목할 예정이다. 예컨대 도로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시하고 전방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경보로 알려주는 기능 등이 담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4년 만에 CES를 찾아 업계 기술 동향을 직접 살폈다. 정 부회장은 포드·도요타·폭스바겐 등의 경쟁사 부스를 둘러보고, 삼성전자·LG전자 등 IT업계 전시장도 방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계열사를 둔 다임러그룹도 다양한 신기술을 뽐냈다. CES 개막 전 기조연설에 나선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 회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세대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공개 행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체체 회장은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미 1990년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2년 전에는 S클래스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해 100㎞ 이상의 거리를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F015에 적용된 기술 개발 과정에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팀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에 IT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도요타는 미래 자동차로 IT와 융합된 ‘수소연료자동차(FCV)’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도요타는 수소연료차 보급을 위해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던 전 세계 연료전지 관련 특허 약 5680건을 2020년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FCV 제조·판매를 할 때 시장 도입 초기인 2020년까지는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도요타가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연료전지차 확산을 위해 개방 전략을 편 것이다.
○자동차와 IT의 만남
커넥티드카 기술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GM은 4세대 LTE 망을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온스타 4G LTE’를 연내에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톰 닉슨 GM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차량의 ‘연결성’은 이미 소비자가 신차 구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MW는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 워치 ‘기어S’로 차량의 문과 트렁크를 여닫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어S를 통해 사람이 자동차에 타지 않아도 차를 원하는 장소에 옮겨놓는 무인 자동주차 기술도 시연했다. BMW 차량 내 시트 높낮이와 기울기, 에어컨 온도, 라디오 실행 등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태블릿PC로 작동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번 행사에서 LG전자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체체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자동차 전장부품 부문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벤츠와 LG전자는 최근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 전방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감지하고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자동차의 눈’이다. 무인주행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자동차에 접목되는 반도체 기술
반도체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퀄컴은 행사장에 스냅드래곤 602를 탑재한 스마트 콘셉트카를 최초로 선보였다.
이 회사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스냅드래곤 602)를 기반으로 운전 현황과 주변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자동차를 제조·판매하진 않지만 콘셉트카 전시를 통해 자사 솔루션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데렉 에벌리 퀄컴 사장은 “15개 이상 회사들과 함께 자동차 관련 프로그램을 40종 이상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혼다에 이어 올해는 마세라티 캐딜락 등과 관련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256개 두뇌를 가진 슈퍼컴퓨터 수준의 성능을 지닌 칩 ‘테그라X1’을 발표했다. 이 칩은 무인자동차에 주로 적용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최대 12대)로 수집한 비디오를 자동으로 처리해 자동차 스스로 주차를 가능하게 하고 자율 운전도 할 수 있게끔 하는 드라이브 차량 컴퓨터를 선보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