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오승훈 < 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서비스 상무 >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눈에 띈다. S&P500 기업의 CEO 중 15%는 CFO 출신이다.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CFO를 거친 CEO들이 등장하고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2014 글로벌 최고경영진 조사에 따르면, 사업 전략을 세울 때 CEO들은 CFO에게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모바일, 소셜 기술로 고객이 기업과 소통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장부나 회계, 경제지표 외에도 기업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데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CFO가 지금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데이터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CFO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새로운 업무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 있는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 많은 CFO는 여전히 자신의 직감과 재무 리포트에 의존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는 CFO와 재무팀은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회사의 성과 증대에 보다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인 재무 운영 체계와 분석 통찰력을 보유한 ‘가치통합자’로 분류된 CFO는 다른 CFO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평균적인 CFO들이 스프레드시트와 직관에 의존하는 반면, 가치통합자 중에서도 회사의 성과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는 ‘성과촉진자’의 44%는 내외부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에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40% 이상의 기업이 빅데이터 기반 분석 체계 도입 후 6개월 내 투자수익률이 급증했다고 답변했다.
한 예로 미국의 자동차보험회사인 인피니티 앤드 캐주얼리티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의심스러운 보험 청구를 감지하는 시간이 95% 줄어들었으며 보험 사기 방지에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 분석 덕분에 이 회사는 6개월 만에 4배의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둘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CFO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수익을 창출할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견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대안을 분석하는 CFO의 능력과 회사 외부의 새로운 영역을 조명할 수 있는 CMO의 능력이 잘 어우러지는 기업은 디지털 시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백분 활용할 수 있다. CFO들은 이를 위해 디지털 세계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하며, 다른 최고경영진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기업 내외부 고객과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무팀의 업무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 결과 82%에 달하는 CFO들이 데이터 통합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재무팀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재무팀에 요구되는 역량과 보유한 능력 간 격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급변하는 환경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데이터 통합의 가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무팀의 분석 기량과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는 CFO와 재무팀이 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석 역량을 재무부서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고객과 다른 부서 간 장벽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CMO와 성공적으로 협력해 수익성 있는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 이를 통해 효과적이고 조직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재무조직으로서 기업 내에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해야 한다.
오승훈 < 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서비스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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