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부재 중 일본行 신동빈 회장…롯데家 '형제의 난' 본격화되나

입력 2015-01-12 14:24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시점에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쉬쉬하며 일본으로 입국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신 회장이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게 될 수 있습니다."(재계 한 관계자)

지난 10일 신 회장이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롯데 2세 후계구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신 회장이 출국한 시기는 신 전 부회장이 조모 제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계열사 임원은 물론 홀딩스 부회장직에서도 물러난 시점에 롯데가 형제의 한·일 교차 방문이 이뤄진 셈이다.

신 회장은 지난 10일 오전 일본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일정 및 목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기존에 잡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며 "비서실에서 정확한 일정과 출국 시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가족모임 참석에 대해선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가족모임의 참석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 전 부회장은 롯데호텔에 있다가 외부로 거처를 옮겼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같은 신 회장의 행보를 놓고 '2세 후계구도가 차남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나눠 갖는 구도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의 이번 일본 방문 배경에 따라 차남이 한국 롯데뿐 아니라 일본 롯데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끝까지 지켜봐야 결론을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차남인 신 회장 쪽으로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며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시기에 신 회장이 일본을 찾은 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순(九旬)의 나이를 넘긴 신 총괄회장이 롯데가 2세 후계구도의 물밑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2013년 말 고관절(엉덩이관절) 골절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후계구도를 명확히 해 놓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이슈가 부상한 것은 2013년 말 형제가 10년 만에 지분 경쟁을 재개하면서 부터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제과 주식을 13개월간 사들였다. 형제의 롯데제과 지분차는 2013년 중순 1.86%포인트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1.4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이사직과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신 총괄회장이 후계구도 다지기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의 해임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이와 관련 일본 경제전문신문인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롯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은 후계구도의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신 총괄회장이 그간 신 전 부회장과 경영 방침을 둘러싸고 대립을 벌인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을 지지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이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진 쓰쿠다 사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사장과 롯데 대표이사, 일본 롯데상사 대표를 맡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은행 출신인 쓰쿠다 사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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