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3D프린터 독자 개발…HP 등과 경쟁

입력 2015-01-11 21:49
2D에서 3D로 '차원이동' 하는 프린터 업계

플라스틱 녹여 한층씩 쌓는 방식
내부 카메라 통해 결함 점검
성장정체 벗어나는 계기로 활용


[ 박병종 기자 ]
전통 프린터 업체들이 3차원(3D) 프린터를 내놓으며 ‘차원이동’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토종 프린터 업체인 신도리코는 독자 개발한 3D프린터를 11일 발표했다. 이 제품에는 플라스틱 수지를 녹여 3차원 인쇄물을 한층 한층 쌓아올리는 압출적층(FDM) 기술이 적용됐다. FDM 방식은 생산단가가 높지 않아 시장 잠재력이 큰 보급형 3D프린터에 적합하다. 출력 조형물의 크기는 최대 200×200×200㎜며, 한 층의 두께를 0.07㎜까지 얇게 할 수 있어 정밀 출력이 가능하다. 내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출력 과정을 수시로 점검, 출력재료 소진이나 내부 결함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3D프린터 시장 지각변동

최근 전통 프린터 업체들의 3D프린터 시장 진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계 최대 프린터 업체인 HP는 지난해 10월 3D프린터 ‘멀티젯 퓨전’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3D프린터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느린 인쇄 속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멀티젯 퓨전은 시장 전체를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3만개의 미세 노즐을 통해 초당 3억5000만개의 재료 방울을 여러 방향으로 분사할 수 있어 정밀하고 깨끗한 인쇄 품질을 보여준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솔루션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3D프린터 ‘마브’를 내놓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글이 지원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로 일반 프린터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7개국에 마브 3000여대를 수출했다. 제록스도 8개의 3D프린터 특허를 출원하며 시장 진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성장정체 벗어날 돌파구

전통 프린터 업체들이 앞다퉈 3D프린터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존 2D프린터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2D프린터 유관 산업 규모는 지난 5년간 9000억달러에서 답보 상태다. 반면 3D프린터 시장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3D 프린터 시장은 지난해 60% 이상 커졌고 이런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작년에 10만8000대 수준인 세계 3D프린터 출하 대수는 2018년 230만대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 만료로 생산비 하락

기존 프린터 업체가 3D프린터 산업에서 유리한 이유는 3D프린터 기술이 2D프린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잉크를 분사하는 노즐과 노즐의 위치를 조정하는 헤드 기술이다. 최근 몇 년간 3D프린터의 핵심 특허들이 풀리면서 생산비가 하락한 것도 호재다. 2009년 FDM 특허가 만료되면서 1만달러를 호가하던 3D프린터 가격은 최근 30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2월에는 선택적레이저소결(SLS) 기술의 특허도 만료되면서 금속 3D프린터의 대중화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은 전통 프린터 업체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3D프린터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인 스트라타시스의 연매출도 아직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HP 등 전통 프린터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동원력과 수십년간 쌓아온 첨단 프린터 기술, 세계 구석구석 뻗어 있는 유통망 등을 동원한다면 시장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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