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진학 '한번에'…서울 송곡관광高
취업→진학, 진학→취업 선택
45개 기업·11개 대학과 협력
진로 결정 뒤 차별화된 교육
3년간 맞춤형 경력관리
외국어 능력·자격증 취득 등
교사와 이행여부 점검·보완
[ 임기훈 기자 ]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9일 서울 망우동 송곡관광고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생들이 인사를 건넸다. 정문에서 교무실을 찾아가는 동안 만난 학생은 수십명. 한 명도 빠짐없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갔을 때의 느낌이었다. 취업지도를 총괄하고 있는 박정애 교감은 “요식업이나 서비스업종에 진출할 학생들이기 때문에 고객만족(CS)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곡관광고는 관광·여행·서비스산업 분야 특성화고다. 조리과학과, 호텔비즈니스과, 관광외국어과 등 3개 전공 과가 운영된다. 올해 졸업 예정자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50.5%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송곡관광고는 2011년만 해도 취업률이 15% 정도에 불과했다. 취업률이 몇 년 만에 급등한 것은 학교가 운영 중인 취업 프로그램 덕이다.
송곡관광고는 기업, 대학과의 3자 협력을 통해 ‘선진학 후취업’ 또는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파리바게뜨 메리어트호텔 르네상스호텔 등 45개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경희대 세명대 광운대 등 전국 11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와 대학, 기업이 협력해 학생들의 취업과 진학을 책임지는 형식이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본인의 ‘커리어’ 계획을 세우고 관리를 받는다. 학생들은 본인의 커리어 관리 파일을 하나씩 갖고 있다. 학습계획은 물론 취업에 필요한 기술 연마와 자격증, 외국어 능력 점수 취득도 포함된다. 교사와 공유하며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간다. 학교에서 3년간 취업컨설팅을 받는 셈이다.
토익과 중국어 능력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 일본어능력시험(JLPT)의 점수를 졸업 전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 받아야 한다.
송곡관광고가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은 학교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2010년까지만 해도 대학의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었고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취업이나 하자는 식이었다. 당연히 취업도 진학도 지지부진했다. 결국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점차 줄었고 재학생을 위한 지도도 잘 안 됐다.
이에 박 교감은 학생들에게 진로 로드맵을 제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2년부터 ‘선취학 후취업’ 또는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취업과 진학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다.
올해 호텔 취업에 성공한 한 조리학과 학생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정하고 나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어졌다”며 “일을 하면서도 필요한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목표가 생기자 자기주도학습을 활발하게 했다. 전공별로 운영되는 5~10개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전공 관련 기술을 실습한다. 박 교감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동아리장터를 매년 두 번 열어 수익의 절반을 학교와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사회 공헌과 경제원리를 체득하도록 한다”며 “학생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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