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새로운 한 방은 없었다. 그러나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살펴본 증권가는 9일 "다소 의외의 결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깜짝 유상증자를 통해 3500억원 '실탄'을 마련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설만큼 새롭거나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만한 '한 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능력이 충분했던 터라 주주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떠안긴 결정이란 비판도 나온다.
NHN엔터는 지난 7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전날 증권신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자금 투입 계획을 밝혔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될 곳은 간편결제 사업(1500억원)이다. 게임에 편중된 사업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증으로 마련한 자금을 가입자, 가맹점 확보와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에 지출할 계획이다.
또 100% 자회사인 일본 NHN플레이아트에 2차례에 걸쳐 총 9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NHN플레이아트는 마련한 자금으로 은행 차입금 상환이나 웹툰 서비스 마케팅 등에 사용한다.
NHN엔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될성 부른 떡잎에 투자하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기존 게임 사업에서의 성과도 뚜렷하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른 신규 사업 투자를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틀 전 NHN엔터가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점쳤지만 실망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보유한 현금이 지난해 말 기준 6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연결자회사 현금 2000억원과 차입 등으로 자체 자본 조달 가능성도 존재했다"며 "유증을 통한 자본 확충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에 진출한다고 밝혔지만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강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시되지 않았고 신규 비즈니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비게임 신규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아직 확실히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기존 게임부문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에 따른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 확충 능력이 없는 회사가 주로 유증에 나서는 것이지 NHN엔터는 그럴 만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주주들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진 단기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수의 30%에 달하는 440만주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이다. 최대주주인 이준호 의장과 특수관계인이 참여한다며 할인율은 10%로 낮다. 잠정발행가는 7만9200원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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