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척결 '김영란法', 사립학교·언론 종사자 포함 186만명에 적용

입력 2015-01-08 22:23
수정 2015-01-09 03:45
18개월 만에 정무위 소위 통과

논란 많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추후 입법
100만원 이하 받아도 직무 관련성 있으면 과태료
민간영역까지 적용…12일 법사위 심의 '진통' 예상


[ 이정호 / 은정진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수수 방지법)’이 8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입법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정부 원안과 비교해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 등으로 법 적용 대상이 확대돼 사회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법안 일부 수정에도 불구하고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데다 민간 영역에 대한 규제라는 비판도 나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공직자 가족도 형사처벌

김영란법은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에 대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은 경우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직무관련성 없이 100만원 이하를 받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공직자 가족에 대해서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되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면 역시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부정청탁 유형 15개로 구체화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 법 적용에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해 그 유형을 15개로 구체화했다. 구체적으로는 인허가 부정 처리, 인사 개입, 직무상 비밀 누설, 공공기관의 평가 조작, 계약 및 보조금 차별 등이다.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 강화가 자칫 정상적인 민원 제기 등 국민 청원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7개 예외사유 조항도 명시했다.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권리침해의 구제·해결을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이뤄지거나 공익 목적이 있는 경우, 직무 확인이나 법령 등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경우, 사회규범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공직자의 직무권한과 관련된 외부활동을 제한하고, 가족·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대상이 광범위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 논의를 연기했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김영란법 논의 초기부터 논란이 돼왔다. 예컨대 국정 전반을 관리하는 국무총리의 친족들은 아예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해충돌 방지는 국민의 직업 선택 자유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 부분은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문턱 넘을까

정무위는 오는 12일 김영란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심사할 예정이다. 전체회의는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15개의 부정청탁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여전히 법 적용 기준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임시국회로 논의를 미뤄놓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립학교나 언론사 등으로 법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을 놓고는 민간 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호/은정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