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보조금 사각지대 여전…방식 더 교묘해져
리베이트 규제 두고 의견 분분…단통법 보완책 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았다. 차별적인 보조금으로 인한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을 없애기 위해 지난 10월 첫 발을 디딘 법이다. 시행 직후 보조금 규제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단체로 고통받는 법'으로 불렸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단통법 이후 이통시장이 겪은 변화와 향후 과제를 3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 최유리 기자 ] #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노트4, G3(캣6), 갤5 기기값 무상교체 가능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모두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60만~70만 원 가량인 고가폰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화를 걸어보니 "월 7만 원대 요금제를 3개월 이상 쓰고 30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단말기가 공짜"라고 설명했다. 며칠 후 해당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이용이 제한된 번호라는 안내 멘트만 돌아왔다.
단통법에 따르면 출시 15개월 미만 단말기에 30만 원 이상의 지원금을 줄 수 없다. 지원금을 주는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나 사용 의무 기간을 부가해서도 안 된다. 단통법 이전 활개를 치던 불법 마케팅의 싹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아이폰6 대란' 이후 강도높은 제재가 내려지면서 불법 마케팅은 보다 음성화되고 있다. 방식도 교묘해졌다.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는 일부 유통점의 위치를 암호로 공유하거나 소비자를 판매자로 둔갑시켜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형태로 보조금을 주는 식이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일부 지인 소개로 온 고객에게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암암리에 불법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며 "아는 사람은 혜택을 받고 모르는 사람은 소외된다는 점에서 단통법 이전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는 배경으로 판매 장려금을 지목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장려금은 단통법 제재 밖에 있어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 판매 장려금에 상한선을 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유통가에선 판매 장려금을 규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지원금을 뒤로 한 채 판매점 수익에 손을 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법이 정한 선 안에서 보조금을 집행하도록 유통점 스스로가 자정 역할을 하면서 현 지원금 수준을 현실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원금에 대한 상한선을 없애고 합법적인 경쟁을 촉진시켜 단말기 가격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말기 가격과 함께 통신요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단통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기본요금제 폐지, 분리공시제(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 도입 등이 그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단말기와 이통사 서비스 판매를 분리하는 것)도 이달 중 발의될 예정이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가 결합된 상황에서 보조금을 제한하면 풍선효과에 따라 다양한 경로로 단말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면서 "요금제를 현실화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