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NHN엔터테인먼트가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NHN엔터는 이번 증자로 마련된 자금을 신규사업과 마케팅, 일본 사업 강화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이미 NHN엔터가 부족하지 않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납득하기 어렵단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단기적인 투자심리도 악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NHN엔터가 이미 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상황에서 또 다시 35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 결정은 과도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신규사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명분으로 이번 증자의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회사 측이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의 '아마존'을 만들겠다며 자체 데이터 센터 3만대를 건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설득력이 낮다"며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 초기 국면이고 자회사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HN엔터는 그동안 규제의 위험성이 높은 게임사업 이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관심을 나타내 지급결제(PG) 업체인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엔터는 지난해 한국사이버결제와 파이오링크 등 온라인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를 모색했다"며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온라인 상거래·결제 분야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NHN엔터가 현금 보유량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의문 부호를 던지는 이유다. 업계에선 NHN엔터가 3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연결 현금과 등가물 3530억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17% 정도"라며 "지난해 11월 인수한 한국사이버결제 현금 유출 64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약 3000억원이 존재하는 데 이번에 추가로 3500억원이 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보유현금과 유사한 수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일면 과하다는 느낌"이라며 "한국사이버결제 인수대금 642억원과 파이오링크 인수대금 206억원 등을 지불해도 본사기준으로 573억원 가량의 현금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이후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한 추가적인 증자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주가에 제한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설명이다.
성 연구원은 "8일 오후 공시로 목적을 밝힐 예정이지만 신사업투자 관련 운영자금 소요내역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모바일게임 이외에 백년대계를 위해선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수 증가로 지분 희석 효과는 불가피하지만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올해 모바일 게임매출 증가로 영업흑자전환이 예상돼 추가 증자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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