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
[ 조진형 기자 ]
지난해 2월 청와대 영빈관. 기획재정부가 ‘2014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핵심 내용은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책이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소위를 거쳐 공공기관 임원 선임 단계에서부터 자격기준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낙하산 인사의 ‘진원지’로 꼽히는 정치권도 호응했다. 새천년민주연합의 민병두 의원과 우윤근 의원은 각각 공공기관 임원 자격으로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을 명시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파티는 끝났다’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된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국민 염원은 그만큼 강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기재부는 지난 1년여 동안 공공기관 방만경영 해소와 부채 삭감에만 총력을 다했다. 임원 자격기준 소위는 구성하지 않았다. 법률 개정안을 낸 국회에서도 감감무소식이다.
기재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고 말한다. 지난달 공운위에서 통과시킨 이 지침에서 임원의 자격기준 부분이 다소 개선됐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감사 등 지위에 따라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정했다. 기관장의 경우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 △해당 분야 관련 지식과 경험△조직관리 및 경영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기관 특성상 요구되는 고유역량 등을 요건으로 제시했다. 종전 지침과 비슷한 추상적인 자격 요건을 제시했을 뿐 아무런 구속력은 없다. 실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
기재부는 낙하산 방지책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 302곳마다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자격기준을 명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이 막힌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메우고 있는 현실인데 감히 방지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매년 2000억원에 이르는 복지혜택을 반납한 공공기관 직원 27만여명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
조진형 경제부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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