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내면여행
바둑 두고 명상하고…지리산 정기 만끽
가족과 함께 화목여행
영월서 만나는 인터스텔라~별마로 천문대
한계를 극복하는 작심여행
수묵화 같은 선자령 눈꽃 트레킹
아이 손 잡고 갈 수 있는 태백산 등반
[ 김명상 기자 ]
새해가 되면 새로운 자신을 꿈꾸기 마련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도 꾸준히 하면 원하는 것에 가까이 가게 되는 법. 하지만 누워서 생각만 한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될 뿐이다. 새 마음, 새 뜻을 다지기 위해 특별한 의식을 치러보자. 금연, 다이어트, 재테크, 가족 화합 등 무엇이든 좋다. 목표를 가슴 깊이 새기고 떠나는 새해 첫 여행은 앞으로 1년을 뒤바꿀지도 모른다.
1. 정신을 살찌우는 템플스테이
채우고 채워도 가슴속은 허허롭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지럽기만 하다. 자신을 잃은 현대인이 사찰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templestay)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위안을 준다. 고즈넉한 산사(山寺)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참선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듣다 보면 헛헛하던 가슴도 위안을 얻게 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천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부터 살펴보자. 1박2일의 체험만으로도 삶은 통째로 변화할 수 있다.
깨달음의 한 수를 찾아 … 바둑 템플스테이
“바둑은 전쟁이다. 치열한 반상의 전투는 인간의 고통 바로 그것이다.” 프로바둑기사 이창호 9단의 스승 중 한 사람이었던 고 전영선 7단의 말이다. 지금도 미생(未生)인 채 살아가는 군상들, 모두가 완생(完生)을 위해 ‘각자의 바둑’을 두고 있다. 돌 몇 점이 한판을 좌우하는 바둑에서 한 수, 한 수는 모두 의미를 가진다. 모든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패배는 불 보듯 뻔한 일.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바둑을 좋아한다면 ‘바둑 템플스테이’를 경험해보면 어떨까.
충남 서산 서광사(seogwangsa.or.kr)에서는 ‘각수삼매(覺手三昧)’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각수삼매란 ‘삼매의 경지에 들어서면 깨달음의 수가 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광사 주지인 도신 스님은 고 전영선 7단에게 바둑을 배운 고수다. 바둑에 대한 관심이 최초의 바둑 템플스테이를 만든 것. 고요한 자연을 벗삼아 심신 수련과 함께 내면의 아우성을 다스린다면 어느새 ‘신의 한 수’가 나올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은 바둑 대국 리그전을 포함해 해미읍성, 마애삼존불, 바닷가 등 관광지나 유적지 답사를 포함한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시작하며, 10명 이상 단체 신청의 경우 원하는 날짜에 운영된다. 5만원. (041)664-2001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생생 템플스테이
지리산의 정기가 가득한 사찰에서 마음 수양과 함께 건강의 에너지도 얻는 시간. 경남 산청 대원사(daewonsa.net)는 지친 몸, 아픈 마음을 달래 주기 위한 ‘생생(生生)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1박2일 프로그램은 ‘몸 생생’과 ‘마음 생생’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몸 생생 프로그램은 맹세이골에서의 생태체험을 비롯해 지리산 계곡 포행(산책), 선(禪)체조, 둘레길 걷기 등의 일정으로 구성했다. 특히 ‘지리산 약초 이야기’ 시간에는 약초를 이용한 음식조리법, 찜질체험 등의 강의를 한다. 체질 개선도 꾀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마음 생생 프로그램은 정신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꾸몄다. 성격유형 진단 테스트의 일종인 ‘108 애니어그램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명상일지를 통한 삶의 습관 점검, 명상법 강의는 물론 시기에 따라 푸드테라피, 사진·영화 치료, 미술 치료, 글쓰기 치료 등도 운영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휴식시간마다 약초찜질방을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마다 성인 20명 이내, 학생 30명 이내만 접수해 운영한다. 몸 생생 프로그램은 매일 진행하며 성인 7만원, 초·중·고교생 4만원. 마음 생생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주·셋째주 주말에만 운영한다. 성인 10만원, 초·중·고교생 7만원. (055)974-1112
자신의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가피명상
경기 남양주 진건읍에 자리한 봉인사(bonginsa.net)에서는 ‘가피명상 5박6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피란 ‘깨달음의 에너지를 전달함’을 뜻하는 말이다. 봉인사의 가피명상은 자신의 문제를 명확히 통찰하는 명상법이다. 하루 세 번 가피명상을 하면서 참가자들은 예전에 생긴 마음속 생채기를 치유하고,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패턴을 알아차리며, 지속되는 마음의 재잘거림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박6일 일정으로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부분적인 참가는 할 수 없으며,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중·고생은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 50만원. (031)574-5585
2. 가족을 끈끈히 이어주는 체험여행
항상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잊게 된다. 가족이 때로는 친구나 직장동료보다 더 서먹한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하지 않으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도 순식간. 늦기 전에 추억을 남기러 떠나보자.
가슴 뻥 뚫리는 사격의 현장으로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대유랜드(daeyooland.net)는 수렵과 권총, 클레이 사격, 라이플 사격, ATV(4륜 오토바이)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이다. 날아가는 점토(clay) 원반을 산탄총으로 쏴 맞히는 클레이 사격은 순발력과 집중력을 요한다. 한 번에 모두 16발을 쏘는데 움직이는 원반을 명중시켰을 때의 쾌감은 스트레스를 단번에 해소시킬 만큼 짜릿하다. 클레이 사격장 반대편에는 권총·라이플 사격을 체험하는 곳이 있다. 클레이 사격과 달리 권총·라이플 사격은 방탄유리를 둘러친 사격장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과녁을 쏜다. 과녁판 범위마다 점수가 매겨져 있어 서로 실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다. 사격은 만 14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클레이 사격은 16발 기준 3만5000원, 라이플 사격은 15발 기준 3만5000원. (064)738-0500
영화 속 우주 풍경이 한눈에
최근 1000만명 관객을 이끈 영화 ‘인터스텔라’ 열풍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더없이 높아졌다.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별이 가득한 우주를 보여준다면 좋은 교육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강원 영월군 봉래산에 자리한 별마로천문대(yao.or.kr)는 국내 최고 수준의 천문관측 여건을 자랑한다. 연간 관측일 수가 190일에 이르며, 지름 80㎝ 크기의 주망원경과 보조망원경이 15대나 설치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달이나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하늘이 맑은 겨울은 별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혹시나 날이 흐리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8m에 달하는 천체 투영실 돔스크린에는 가상의 별이 가득 빛나고 있어서 언제든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봉래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영월읍내 야경도 천체 관측과 함께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산꼭대기에서 영월 시내를 겹겹이 둘러싼 산세를 바라보노라면 절경이 따로 없다.
별마로천문대는 100% 인터넷 예매제로 운영된다. 방문 당일엔 오후 1시까지 예매할 수 있고, 매표소에서는 취소 표에 한해 선착순 판매한다. 3월까지는 오후 2~10시 개관하며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명절 연휴에는 휴관한다. 성인 5000원, 초·중·고교생 4000원. (033)374-7460
호텔 체험 프로그램
켄싱턴 제주 호텔(kensingtonjeju.com)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겨울 이벤트를 준비했다. 1월 한 달간 제주도에 ‘나만의 나무심기’ 이벤트를 연다(참가비 1만원). 켄싱턴 제주호텔 정원에 나무를 심으면 3개월에 한 번 이메일을 통해 나무가 자라는 사진을 받아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겨울왕국 눈꽃 트레킹’도 떠날 수 있다(참가비 4만원). 사라오름에 올라 겨울 한라산을 감상하며 가족 간의 정을 쌓을 수 있는 이벤트다.
겨울 속 따뜻한 휴식을 원한다면 겨울패키지를 이용해보자. 온수풀과 사우나, 자쿠지 시설 이용은 물론 감귤따기 등 다양한 체험이 포함돼 있다. 51만원부터. 1855-0202
제주신라호텔(shilla.net/jeju)은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윈터 키즈 캐빈 패키지’를 3월12일까지 선보인다. 키즈 캐빈 프로그램은 시간대별로 꽃잎과 나뭇가지 등을 채집해 공예작품을 만드는 ‘보물섬 캠프’, 멜빵바지와 밀짚모자를 착용하고 톰 소여의 모험을 체험하는 ‘톰 소여 캠프’, 동물 관찰·먹이주기 등 동물과 교감하는 ‘동물농장 캠프’,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별자리 캠프’로 이뤄져 있다. 패키지 이용객은 짐보리·키즈 아일랜드 무료 입장, 글램핑 디너 1회, 조식, 엑스트라 베드 1개, 신라 베어 1개를 무료로 준다. 46만원부터. (064)735-5114
3. 자신을 극복하는 등반 여행
지난해에는 유독 아프고 슬픈 일이 많았다. 모진 시련을 겪으면 사람은 더욱 단단해지는 법이다. 지난날의 아픔을 씻고 을미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고 싶다면 눈꽃이 화사한 겨울 등반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라산 등반
지난해 모진 시련에 힘들었다면 한라산(hallasan.go.kr)에 올라 보자. 민족의 영산 한라산을 등반하면 자신감은 물론 세상을 사는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한라산 등반코스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사라오름, 관음사, 어승생악, 돈내코 등 총 7개다. 그중 백록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판악(성널오름) 코스(9.6㎞)와 관음사 코스(8.7㎞). 한라산 동쪽 코스인 성판악 탐방로는 오르는 데 4시간30분 걸린다. 성판악관리사무실(해발 750m)에서 출발해 속밭, 사라오름 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만하다. 왕복 19.2㎞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 이 코스는 백록담 정상을 제외하고 숲으로 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관음사 코스는 난이도가 높아 편도만 5시간이 걸린다. 계곡이 깊고 산세가 웅장하며 해발고도 차이가 커 한라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일반 등산객이나 전문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어리목 코스(6.8㎞)는 한라산 등반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어리목 코스는 한라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해발 970m)에서 시작해 어리목계곡, 사제비 동산, 윗세오름대피소를 거쳐 남벽분기점(해발 1600m)까지 이어지며 겨울 설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오후 4시 이전에 반드시 하산하는 등 출발 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064)713-9950~3
가족 간의 화목을 원한다면 태백산 등반
태백산(1567m)은 눈꽃 산행의 메카로 불린다. 웅장한 산세와 눈발을 견디고 비장하게 선 주목의 모습 등 최고의 설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소나무, 졸참나무, 고로쇠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는 산 중턱을 지나 정상부에 오르면 주목과 잣나무 등의 침엽수림이 어깨를 겨룬다. 솜이불을 덮은 듯한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서릿발을 견디고 가지로 받아낸 주목에는 흰 눈이 쌓이고 쌓여 층층마다 눈의 나이테를 만들어낸다.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떠났다면 태백산에서 펼쳐지는 눈 축제에도 참여해보자. 제22회 태백산눈축제(festival.taebaek.go.kr/event/snow/2011/pages)가 오는 23일부터 2월1일까지 태백산도립공원과 태백시 일원에서 펼쳐진다. 초대형 눈조각과 신나는 눈썰매, 눈미끄럼틀이 있어 온 가족이 즐기기 좋은 태백산눈축제는 눈처럼 소담한 추억을 쌓기에 적격이다. 태백산 당골광장은 역사와 신화를 아우르는 대형 눈 조각들로 채워진다. 임진왜란의 역사를 떠올릴 거대한 거북선,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신화 속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 진시황의 유적인 병마용 등의 눈 조각이 세워질 예정이다.
수변공원 아래광장은 ‘겨울왕국존’이다.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눈의 여왕 엘사’를 비롯해 월트디즈니의 히트 고전인 ‘미녀와 야수’ ‘슈렉과 피오나공주’ 등의 대형 눈조각이 모여 있어 보는 이들을 동화 속으로 안내한다. 눈썰매장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눈썰매장이 운영된다. 2월1일에는 태백산전국눈꽃등반대회가 열려 태백산 설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5
새로운 결심 필요하면 평창 선자령 눈꽃 트레킹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성산면 경계에 걸쳐 있는 선자령의 설원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선자령 눈꽃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은 대관령휴게소다. 바우길에서 선자령을 지나 전망대에 이른다.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북쪽으로는 오대산, 북쪽으로는 황병산이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와 동해까지 내려다 보인다. 총길이는 약 11.5㎞에 이르지만 옛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에 있어 선자령까지는 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등산로는 평탄하고 밋밋해 쉽게 오를 수 있다.
선자령은 겨울 산행에 어울리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능선의 눈꽃이 아름답고 동쪽 능선으로 하산할 때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데다 적당한 경사까지 이루고 있어 마대자루를 깔고 썰매를 즐길 수도 있다. 체력을 감안해 천천히 올라도 4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399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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