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NH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증시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고령화'와 이에 따른 '소비산업 변화'를 꼽았다.
한국은 올해 이후 1990년대 일본과 같은 고령화에 노출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잠재성장률과 소비산업에 심각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게 이 증권사 설명이다.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구조는 2015년을 기점으로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역삼각 형태로 전환된다.
따라서 앞으로 1∼2년 뒤에 한국발(發)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며 그 속도는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렸던 일본 고령화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 증권사 강현철 연구원은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한국은 소비 세극화를 경험할 것으로 진단했다.
소비 세극화란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 지출이 둔화되고 이로 인해 실속, 실용 지향적으로 소비가 양극화(제품 선호도↑, 가격↓)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 연구원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했던 일본이 1990년대에 소비공동화(직구 등)등을 경험한 것처럼 최근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인 '직구' 열풍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된 일본의 경우 100엔숍, 유니클로 등 저가 체인점이 발전한 반면, 다카시마야 등 고급 백화점 사업은 크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국내 비중이 지나치게 높거나, 고가 소비품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산업사이클의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 연구원은 판단했다.
고령화로 인한 또 다른 변화로는 '극과 극의 자산 배분'(투자)을 지목했다. 극과 극의 투자란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연간 성장률이 1~2%까지 낮아지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성향이 중간값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배제한 상태에서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보수적으로 투자하거나, 아니면 아주 공격적으로 투자하게 되는 현상이다.
강 연구원은 "실제 일본의 경우 고령화에 따라 성장률 하락이 심화되면서 집에 금고를 사서 현금을 넣어두는 보수적 투자자들이 생겨났다"며 "반대로 월급만으로 먹고 살기가 빠듯해진 투자자의 경우 해외주식, 채권 더 나아가 데블데커와 같은 투기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더블데커'란 영국의 이층버스를 일컫는 것으로 한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됐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이에 착안해 2009년 기초자산의 수익률 위에 투자자들이 선택한 통화의 프리미엄을 더해 이중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더블데커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출시 첫해 7%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뒤 3년 만에 20%까지 급성장했다.
강 연구원은 "최근 한국 증권사들에게도 외환거래가 허용됐고 지난달에는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는 등 외환 규제가 빠른 속도로 완화되고 있다"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위안화와 연결된 더블데커 펀드 등 다양한 상품군이 출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더불어 "미국, 유럽, 일본 등 고령화를 경험한 대부분 국가에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진 걸 감안하면 한국의 금리도 2% 미만에 기조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가 배당수익률을 뚫고 내려가는 '역 수익률 혁명'이 발생할 수 있는만큼 한국에서도 배당을 통한 월지급식 펀드의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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