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올여름, SNS를 중심으로 오비맥주의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가임기 여성이 마시면 임신이 안 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까지 나돌았다. 오비맥주가 사태 진화에 나섰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냄새가 맥주의 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취이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까지 하였다. 하지만 맥주시장의 대목인 여름철에 터진 이 같은 논란으로 오비맥주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시장점유율이 급락하면서 매출이 감소하였고, 배후를 언급하며 소비자의 안전은 등한시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오비맥주의 대처에 비난이 일며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사례2 : 중국 정부의 지원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투자로 전기차 시장의 신데렐라로 부상하던 중국의 자동차회사 비야디(BYD)가 뜻밖의 암초에 휘청거리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돌았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버핏이 지분을 매각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여기에 회사 CEO의 건강이상설과 체포설이 돌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비야디 측은 긴급회의를 열고 모든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하였지만, 시가 총액 2조4000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루머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정확히 말하면 말의 힘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화자(話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삽시간에 퍼지는 것이 말이 가진 특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말에 말이 더해지며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기도 하고,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낭설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말이기도 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이나 ‘유언비어(流言蜚語)’와 같은 한자성어는 모두 이러한 말의 속성과 힘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주로 구전(口傳)에 의해 전달되던 과거에도 대단했던 말의 힘은 기술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에 이르러 그 위력이 점점 배가되고 있다. 말을 하는 방식과 말이 전달되는 통로가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한 SNS나 모바일 메신저에 쏟아낸 말은 펌과 캡처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고 공유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떠도는 말은 그 흔적을 지우기가 쉽지 않아 화자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평생 씻기 어려운 낙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치기어린 마음에 행한 잘못된 말로 인해 인생의 여러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엄청난 파급력 ‘구전마케팅’
특히 취업을 준비 중인 구직자들의 경우 그 피해가 막심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기업에서 구직자들의 SNS를 살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에서는 신입 공채 시 이력서에 구직자의 SNS 주소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면접 시 듣게 되는 준비된 말보다 SNS에 나와 있는 평소의 언행이나 행동에서 구직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NS를 통하면 구직자의 인맥과 대외활동까지 파악할 수 있어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물을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구직자 중 일부는 취업을 위한 별도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 평판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업체에 의뢰하는 구직자도 생겨나고 있다.
말의 힘에서 비롯되는 온라인 평판의 중요성은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구전마케팅(word-of-mouth marketing)이란 기업 또는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와 평가가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마케팅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구전마케팅은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홍보의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보다 파급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구전과 광고의 영향력을 비교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 유형에서 구전이 광고보다 소비자의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허니버터칩’이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해 화제가 된 후 품귀현상을 빚었고,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판매 5개월 만에 1000만 봉지 이상 팔려나가며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고, 같은 기간 해태제과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 주가도 상승하는 효과를 보았다.
美 평판관리서비스 상용화
하지만 구전마케팅이 허니버터칩과 같은 달콤한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정적인 구전은 기업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매출을 악화시켜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지만, 외부의 힘을 빌려 부정적인 구전의 확산을 차단하고 평판을 관리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이때 개입되는 것이 바로 평판관리전문가이다. 평판관리전문가란 기업이나 개인의 평판을 관리해주는 컨설턴트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의뢰인의 부정적인 평판을 제고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긍정적인 평판에 대해서는 이를 유지하고 부각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렇다면 평판관리전문가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의뢰인의 평판을 제고하고 개선할까. 우선 평판관리전문가는 의뢰인에 대한 온라인상의 검색 결과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취합하여 관리한다. 또한 의뢰인의 평판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있는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배포하고, 이러한 웹페이지를 연동시켜 부정적인 평판을 줄여나간다.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사용후기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한편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해나간다. 부정적인 의견이 검색 결과 상 후순위로 밀리도록 긍정적인 의견을 게재하거나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악성 댓글이나 기사에 대해서는 삭제를 요청하거나 법적인 조치를 취해 해결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비즈니스로 평가받는 평판관리서비스는 인터넷과 SNS의 확산에 힘입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평판관리전문가를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하고 육성하기로 발표하였다.
또한 개인과 기업의 평판이 자신들의 이미지이자 브랜드이고, 이것이 결국 성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평판관리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한 평판관리가 개인에게는 성공적인 삶의 시작이자, 기업에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
● 평판관리전문가
의뢰인의 평판을 개선유지관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는 기업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평판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보기술(IT) 발달로 평판관리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구전마케팅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을 통해 수요를 증가시키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컴퓨터 등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 인적 관계를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홍보하는 버즈마케팅(buzz marketing)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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