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Movie] 경제성장 원인을 파악한 '최초의 경제학'…인류문명의 발전 원리를 찾아냈다

입력 2015-01-02 18:06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7) 애덤 스미스의'국부론'




<국부론>은 분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분업을 통해 사회의 부가 증대하면, 자연히 사회 전체가 혜택을 본다. “잘 통치된 사회에서는 분업 결과 생기는 다양한 기술로 생산물이 대폭 증가해 최저계층 민중에까지 보편적인 부가 전파된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 성장 과정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그는 핀 제작을 예로 들어 분업을 설명한다. 핀 공장은 설비가 미비하고 근로자도 10명만 고용하고 있지만, 하루에 4만8000개의 핀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이 4800개의 핀을 만드는 셈이다. 만약 10명이 각자 핀을 만든다면 혼자서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개의 핀도 만들기 어렵다.

분업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권력자들의 자혜로운 지시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발적인 이익추구 과정의 결과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작동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에너지가 된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상인들이 땅을 소유하면서 그 가치가 올라가며, 제조업이 발달하면서 개인들은 점차 자유를 확장해 나갔다. 풍요를 향한 자연스런 변화의 압력은 특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압력과 정부 정책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관철시킨다.

그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그 이기심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임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남을 배려한다. 서로 협동하고 남을 아끼는 일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일반 조직이나 작은 단위 사회에서 이타심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타심만으로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인간은 항상 동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그들의 자비심에만 기댄다면 헛수고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그들의 자비심을 움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애덤 스미스의 학문세계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그의 사상은 홉스, 로크, 맨더빌, 흄으로 이어지는 도덕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그의 통찰은 경제학의 바탕을 튼실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있어 이기심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그저 인간의 본성이다. 이기심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능력이나 성격 차이를 중요하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습관·교육·직업 등 후천적 환경을 더 중시했다. 인간을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로 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은 분업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설명한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은 평등하지만, 현실에서 부(富)·지위·명예의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고 보았다. 그는 부에 중심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그저 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비가 가능한가에서 진정한 부의 개념을 도출해내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생활필수품·편의품 등 생산물을 진정한 부로 본 것이다. 소비자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생산과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산업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고민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중상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되었다.

<국부론>은 자본축적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다. 그에게 자본축적은 해마다 생산이 확대되는 과정이므로 개인과 사회의 낭비를 경계했다. 낭비는 자본을 탕진하고 생산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사람들이 풍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다양한 이유를 통해 얻어진다. 그런 동력을 막고 있는 독점과 특권에 대해서 비판적인 자세를 가졌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세력,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을 경계했다.

그는 자유로운 세상을 향한 개인의 선택과 그에 따른 풍요를 설파한 선지자다. 삶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을 찾았고, 진보를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기본철학은 자유방임 원칙이다. 정부의 통제와 개입으로부터의 자유를 근본 바탕으로 삼았다. 국가지출을 비생산적인 지출로 보았으며, 가장 바람직한 국가모델로 야경국가를 제시했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인류는 오랜 가난의 시대를 끝내고 번영·풍요의 시대를 맞았다"

경제학의 고전은 많다. 딱 한 권만 내놓으라고 하면,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을 추천한다. 원제는 ‘여러 국민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이지만 줄여서 ‘국부론’이라고 부른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나라가 부강해지는 원인을 여러 나라와 비교한 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으로 파헤치고, 그 나라와 국민의 번영을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애덤 스미스는 어떻게 해야 더 잘살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다. 일찍이 그의 해법을 따른 나라들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후진국들은 그 뒤를 좇았다. 이 책을 통해 인류는 삶의 현실을 파악하고 그 원리를 경제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경제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이 드러나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18세기 후반은 격동의 시기였다. 유럽과 미국 모두 변화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다. 산업혁명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고,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혁명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변혁이 일어나던 때다. 산업이 발달하고 풍족해지는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국부론은 자본주의 세계의 발전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새로운 신세계를 열었으며,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체계를 세웠다. 책이 조금 두껍지만 천천히 한 장씩 읽어나간다면 새로운 지적 경험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승노 < 자유경제원 부원장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