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0일 상] '0원' 구형폰의 반격…알뜰족 겨냥한 '뉴스타' 뜬다

입력 2015-01-02 15:01
수정 2015-01-02 15:51
출시 15개월 지난 단말기에 지원금 집중…일부 공짜폰도 등장
단말기 가격 민감도 높아져…중저가폰·알뜰폰·중고폰 인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았다. 단통법은 차별적 보조금으로 인한 '호갱(호구+고객)'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10월 시행됐다. 보조금 규제로 시장이 얼어붙으며 '단체로 고통받는 법'으로 불렸으나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업계가 겪은 변화상을 3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삼성 갤럭시노트3로 휴대폰을 바꿨다. 출고가 88만 원의 고가폰이지만 지원금을 받아 23만 원에 구입했다. 애플 아이폰6, 삼성 갤럭시노트 엣지 등 최신폰에 눈이 갔지만 지원금을 받아도 70만 원을 넘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예전 같으면 최신폰에 집중되던 깜짝 보조금을 노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며 "구형 모델에 지원금이 몰려 있어 맘을 달리 먹었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후 출시 15개월이 넘은 단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원금 상한선(30만 원)의 구속을 받지 않아 이통사들이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보조금 투입 대상이 최신폰에서 구형폰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통 3사는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구형폰에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 갤럭시노트2, 갤럭시S4, LG G2 등은 출고가 수준의 지원금을 업고 '공짜폰' 대열에 올랐다. 갤럭시노트3 역시 최대 88만 원(KT)의 지원금이 실려 판매가가 '0원'으로 떨어졌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구형폰의 정확한 판매 실적을 밝힐 순 없지만 지원금을 집중시킨 효과를 보고 있다" 며 "출시 15개월이 지났을 뿐 사양이 뒤지는 모델도 아니어서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출고가 자체가 50만 원 미만인 중저가폰의 판매 비중도 높아졌다. 고가 최신폰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든 만큼 통신비 부담이 커져 단말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KT의 중저가폰 판매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 22%(9월)에서 지난달 3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2%에서 26%로 늘었고,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신모 씨는 "단통법 이전엔 오픈마켓을 통해 최신폰을 1000원에 산 적도 있다" 며 "단통법 시행 초반보다 지원금이 늘었다 해도 소비자들의 체감 수준이 크지 않아 중저가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비에 보다 민감해지면서 알뜰폰과 중고폰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알뜰폰은 저가 요금제로 가입해도 이통3사 고가 요금제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제공한다. 중고폰의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비교적 상태가 좋은 중고폰이 많아진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통3사의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413만 명에서 11월 448만 명으로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통3사는 5260만 명에서 5254만 명으로 제자리걸음했다.

중고폰의 부활은 더 눈부시다. 지난 10월 중고폰 가입자 수는 일 평균 5600여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보다 2배 증가했다.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단통법 이후 집에서 잠자던 장롱폰을 가져와 개통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며 "일부 대리점이나 오픈 마켓에선 몸값이 높아진 중고폰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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