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의 자유·존엄 존중…경제학의 본질은 행복

입력 2015-01-01 21:59
수정 2015-01-02 04:53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우자와 히로후미 지음 / 차경숙 옮김 / 파라북스 / 224쪽 / 1만2000원


[ 이승우 기자 ] 영어 단어 ‘liberty’와 ‘freedom’을 한국어로 옮기면 둘 다 ‘자유’다. 영국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두 단어를 구분한다. ‘liberty’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의 자유인 반면 ‘freedom’은 무제한적인 자유다.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의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는 “리버럴리즘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며 정신적 자립을 지키고 시민적 권리를 충분히 누리는 세계를 요구하면서 학문적 활동이나 사회·정치적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2013년 9월 작고한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시카고대, 일본 도쿄대에서 교수를 지낸 일본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성장이론의 대가로 꼽힌다. 이 책은 그의 강연록과 기고문 등을 모아 만든 유작이다.

저자는 현대 주류 경제학자들이 시장 만능주의와 효율 지상주의에 빠져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인간의 삶이 경제학에서 배제됐다고 비판한다. 1970년대 세계를 강타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회 문제들은 시장 자체의 자연적 작용에 따라 해결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한 극단적 신자유주의자들이 무제한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 만능주의’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학의 본질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의 창조나 축적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당초 목적을 벗어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사회적 공통자본’이다. “한 나라 또는 특정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경제 생활을 영위하고 우수한 문화를 전개하며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사회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장치”를 의미한다. 대기나 삼림, 하천, 토양 등 자연환경과 도로나 교통기관, 상하수도, 전력·가스 등 사회기반, 교육이나 의료, 사법, 금융자본 등 제도 자본이 포함된다.

저자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교육, 의료, 금융, 환경 등은 사적 소유가 돼선 안 되며, 사회적 공통자본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90%라면 당연히 고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진학률이 절반만 돼도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학률이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은 임의 수요가 아니라 기초적 수요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당사자가 받을 심리적, 실제적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병에 걸릴 때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도 중요한 공통자본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돈벌이의 추구가 아니라 사회가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적 매력을 갖춘 도시, 풍요로운 자연을 지키는 농촌 등도 사회적 공통자본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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