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혁신현장을 가다 - 대학 진학률 확 높인 서울 이촌동 중경高
신입생 수 감소가'전화위복'
고교선택제 후 학생 절반으로
교사들 "소수정예로 키우자" 학생 장·단점 파악 맞춤 지도
학생부종합 전형 집중공략
논문 쓰기 훈련·동아리 활동
학생들 자기주도학습 '화답'…자발적 스터디그룹만 수십개
[ 임기훈 기자 ]
지난달 18일 서울 이촌동에 있는 중경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 벽면에는 학생들의 이름과 이들이 진학하는 대학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다. 숫자를 세어 보니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수시합격자 수는 92명. 3학년 전체 학생이 186명인 것을 감안하면 재학생의 거의 절반이 수시전형에 합격한 것이다. 서은숙 진학지도부장은 “전문대 수시합격생 60여명까지 포함하면 160여명이 이미 진학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4년제 대학에만 50여명이 합격했다. 여기엔 연세대 4명, 고려대 2명, KAIST와 일본 와세다대 각 1명 등 명문대 진학자들도 있다. 서 부장은 “작년에도 3학년 180여명 중 75명이 수시전형에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재학생의 80% 이상이 수시에 합격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했다.
중경고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 학교도, 전통적인 명문고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은 입학 당시부터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게 진학지도를 해주는 이 학교만의 ‘맞춤형 진학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고교선택제가 시행되면서 인근 지역 중학교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은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로 진학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용산고 오산고 경복고 등 이른바 ‘전통의 명문고’에 진학하면서 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입생이 부족해지자 통학 거리가 왕복 2시간 넘는 곳에서 학생들이 오는 상황이 됐고 진학 실적도 나빠졌다. 5년 전만 해도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이 20%에 못 미칠 정도였다.
올해로 6년째 진학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서 부장은 “어차피 학생이 줄어드니 ‘소수 정예’로 키우자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우선 ‘학생부종합 전형’을 집중 공략했다.
학생부종합 전형은 각 대학이 학생부 성적과 봉사활동, 자율활동, 학생의 자기소개서, 교사의 추천서 등을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중경고는 2012년부터 신입생 개개인의 개성에 맞고 그들이 원하는 대학 및 학과가 요구하는 활동을 시키고 있다. 3년간 논문을 쓰는 훈련은 물론 해외 자매결연 학교 방문과 봉사활동, 각종 동아리 프로젝트 등도 시행 중이다.
밀착형 관리도 강점이다. 중경고 교사들은 본인이 맡고 있는 학생이 어떤 점이 강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정리한 파일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 후 3년간 관리를 받는 셈이다.
특히 고3 담임들은 지난 추석 연휴 때도 학교에 나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조언하고 추천서를 쓸 정도로 열심이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사설 입시업체의 진학 컨설팅이 부럽지 않다.
이 같은 교사의 노력에 힘입어 학생들도 자기주도학습을 성실하게 해왔다. 현재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스터디 그룹 형태의 동아리가 학년별로 15개 이상씩 운영되고 있다. 서 부장은 “가정 형편이 어렵고 입학 당시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했던 학생들이 ‘SKY’대에 들어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학생들이 본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는 데 선생님들이 도움이 됐다는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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