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이다] 넓어진 '경제 영토'…세계가 내수시장

입력 2014-12-31 20:42
수정 2015-01-01 03:45
한계돌파 (上) 세계시장에 기회 있다

OECD 34國중 3곳 빼고 FTA 체결
중소·중견기업도 수출로 승부해야


[ 김재후 기자 ] 한국은 지난해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자유무역협정은 일부 예외품목이 있긴 하지만 국경을 넘어서는 물품이나 서비스에 부과하던 관세를 폐지, ‘경제 국경’을 없애는 국제 협약이다.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 내수시장이나 다름없다. 기업인들이 세계시장에서 개척정신(frontiership)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무대가 넓어진 것이다.


지구촌 73.45% 확보

지난해까지 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을 포함해 모두 52개국에 달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2013년 기준)에 불과한 한국이 지구촌 전체의 73.45%를 ‘경제 영토’로 확보한 셈이다.

이런 FTA 타결 규모는 세계 10위권 경제국 가운데 한국이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는 나라는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멍석이 깔아졌으니 이제는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 세계를 내수시장으로 만들어야 할 때”(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11월 타결한 한·중 FTA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계 최대시장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가전 등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진입과 ‘한류(韓流)’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시장의 빗장을 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 건설시공이 아닌 계획수립에서부터 설계 시공감리 등 엔지니어링서비스 산업도 개방된다. 이 분야 부가가치율은 56%로 건설업(21%)과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연 30조원에 달한다.

이재완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만 차지해도 한국 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수출 늘리는 중소·중견기업들

3년 전만 해도 수출이 감소하던 중소·중견기업들이 FTA 확대 등으로 새 분야와 판로를 개척, 대기업보다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작년 1~10월 기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증가율은 6.1%로 2013년(5.1%)보다 높아졌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증가율은 2012년 -4.2%였다. 그러던 것이 2013년을 기점으로 ‘플러스’로 바뀌었고 지난해 대기업의 수출 증가율을 5배 이상 앞질렀다.

수출 실적이 있는 중소·중견기업 수도 △2011년 8만4481개 △2012년 8만7949개 △2013년 8만9997개로 매년 2000개 이상씩 늘고 있다. 김남규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작년 숫자는 아직 집계하지 않았지만 9만개는 확실히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밝힌 2017년 수출 중소기업 10만개 육성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순가공을 하는 기업들보다는 기술력을 갖추고 연구개발(R&D) 투자도 많이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기기업체인 루트로닉은 지난해 임직원의 30%가 R&D 관련 인력이었고,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썼다. 이 회사는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덕분에 국내외에서 180건의 특허를 보유한 세계 10대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가 됐다. 작년 365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항공 부품업체인 아스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 부품을 단독 수주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 가능한 관련 인증을 모두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작년 5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활용률 더 높여야”

하지만 FTA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관세청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 FTA를 수출에 활용하는 대기업은 80.3%였던 데 비해 중소·중견기업은 59.8%에 그쳤다. 원산지 규정이 FTA를 체결한 나라마다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FTA 관세혜택을 받았다가 나중에 추징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을 연결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FTA로 보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FTA 허브 국가로 발돋움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