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외국계투자은행 대표..38년 IB업계 활동 접고 고문으로
IB 1세대 가운데 임석정 JP모간 대표·양호철 모간스탠리 대표 남아
이 기사는 12월30일(09: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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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호 투자은행가로서 한국 자본시장사의 산 증인인 윤경희 맥쿼리캐피털 회장(사진)이 38년 간의 노정을 뒤로하고 은퇴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08년 12월부터 맥쿼리캐피털 회장직을 맡아온 윤경희 회장은 올 연말까지인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에는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지낸 박상용씨가 선임됐다.
회장 직위를 내려놓은 후에도 윤 회장은 내년 1월1일1부터는 맥쿼리그룹의 고문을 맡아 IB업계에서 평생 동안 쌓은 경험을 전수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1976년 유럽계 투자은행 라자드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합작해서 만든 한국 최초의 투자은행(머천트뱅킹)인 한국종합금융에 입사하며 IB업계에 발을 들였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을 총괄하던 기업금융1부(국제금융부)에서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IB업무를 익혔다.
업계 입문 17년 만인 1993년 영국계 투자은행인 베어링브라더스 한국대표로 영입되며 한국 IB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외국인 아니면 교포들이 맡던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국대표에 한국인이 오른건 윤 회장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윤회장은 우리나라 1호 투자은행가로 불린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후로 국내에 진출한 것과 달리 윤 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시장에 들어온 유럽계 투자은행에서 주로 근무했다.
ING 대표(1996~2004년)와 ABN암로, RBS 회장(2004~2008년) 등을 역임했고 2008년 맥쿼리캐피털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전인 신탁펀드 시대부터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의 해외채권발행 등에서 '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IB업계의 역사를 썼다. 그가 활동한 38년 만에 한국 자본시장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금지된 폐쇄적인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5대 자본시장으로 성장했다.
안성은 도이치은행그룹 및 도이치증권 한국 대표와 송경섭 큐캐피탈 부사장, 이재원 대우증권 어드바이저리 본부장 등 국내 IB업계를 이끌어가는 후진을 양성한 것도 윤 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윤 회장의 은퇴로 국내 IB업계 1세대는 임석정 JP모간 대표와 양호철 모간스탠리 대표 정도가 남게 됐다.
안성은 도이치은행그룹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후배들에게 '투자은행가란 어떠해야 하는가'의 귀감을 보여준 한국 M&A시장의 선구자"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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