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보다 나은 아우'…올해 '2등株' 무서운 반격

입력 2014-12-29 14:26
[ 노정동 기자 ]
올 한 해 사상 유례 없는 박스권 증시가 지속되면서 업종 내 시가총액 '2등주(株)'들이 대표주인 '형님주'보다 우수한 주가 성적표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부진할 때는 1등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증시 격언과 대조돼 주목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자동차·철강·금융·화학·건설·조선 등 13개 업종의 연초 대비 최근 주가(지난 1월2일 종가 대비 이달 26일 종가 기준)를 비교한 결과, 9개 업종에서 2등주 주가 상승률이 1등주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반도체·자동차 '2등주' 돋보여…CJ대한통운은 90% 넘게 올라

2등주가 돋보인 대표적인 업종은 반도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초 대비 32.31% 오른 데 비해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이자 반도체 형님주인 삼성전자는 3.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올 한 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주가를 지탱하는 요인이 됐지만 분기 영업이익이 1년 만에 절반 이상 쪼그라드는 등 실적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반도체 사업만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올 한 해 국내 반도체 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6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이 시장이 최대 호황을 맞으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자동차 업종도 2등주가 선전한 사례다. 대표주인 현대차는 올 한 해 주가가 22.27% 하락한 반면 기아차는 2.47% 올랐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10조원대 낙찰 등 공통의 이슈가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의 '얼굴'인 현대차의 투자심리가 더 위축됐다는 평가다.

철강과 식음료도 상황은 비슷하다. 철강 대표주인 POSCO는 올 한 해 주가가 10.87% 떨어진 반면 이 업종 2등주인 고려아연은 29.32% 뛰었다. 고려아연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것이 주가 상승에 주요인이 됐다. 식음료 업종 내에선 오리온이 8.27% 뛴 반면 CJ제일제당은 그 보다 높은 13.42% 가량의 주가 상승률을 올렸다.

이밖에 운송 업종의 경우도 시총 1등주인 현대글로비스가 27.39%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CJ대한통운이 그보다 3배 가량 많은 90.26% 오르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 한세실업, '의류 1등주' LF 앞질러…동반 하락시 대표주 부각 경향도

2등주 주가가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이 뒤바뀐 사례도 있다. 올 상반기까지 의류 업종 내 시가총액 2위였던 한세실업은 지난 6월 업종 내 대표주였던 LF(옛 LG패션)를 제치고 '의류 간판주'로 올라섰다.

LF(8800억원)는 연초 대비 주가가 3.25% 하락했지만 한세실업(1조5000억원)은 무려 103.09%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을 거의 두 배 가량으로 벌렸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해외 사업부 실적이 뚜렷하게 갈린 것이 주가 희비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황 부진에 너나 할 것 없이 주가가 모두 부진했던 경우 2등주의 주가하락률이 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 업종의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은 올 해 실적 부진에 주가가 53.06% 폭락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같은 업종 내 다른 종목들도 주가하락률이 40%대로 부진했지만 1등주에 가려 부각이 덜 됐다.

유통과 화학 업종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이 나란히 22%대 떨어지면서 부진했지만 롯데쇼핑이 30% 넘게 내리면서 하락폭이 더 컸다. LG화학도 롯데케미칼에 비해 주가 하락률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일반화하긴 어렵다며 시장 상황에 따른 종목별 대응을 권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한 해 환율, 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 탓에 전통적인 대형주들의 몰락이 유독 두드러졌다"며 "일반화시키기보단 기업 성장성에 관심을 두고 종목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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