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속앓이'하는 재계

입력 2014-12-28 22:57
박수진 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연말 재계가 기업소득 환류세제 때문에 뒤숭숭하다. 기업소득 환류세란 기업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투자나 배당, 임금 재원으로 쓰지 않고 남겨 둔 이익에 대해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기업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민간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 내년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당초 70% 정도로 예상했던 과세기준율이 80%로 높아지자 ‘너무 과도한 경영개입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실무진은 내년 2월께 결정될 세부 과세기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과세기준을 담은 시행세칙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수천억원의 세금 납부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은 벌써부터 1조원 넘는 세금을 더 물 수도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그런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 10조5500억원을 들여 투자하고도 세금까지 물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대차가 걱정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착공 시기에 대한 제한이다. 기재부는 앞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업무용 건물·토지를 구입한 후 일정 기간 내 개발에 착공해야 투자로 인정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정부에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자체가 ‘3년 한시법’이라는 점을 들어 착공 시점을 매입 후 1~2년 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측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의 행정절차 때문에 1~2년 내 삼성동 사옥 착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도시행정학회에 따르면 과거 서울에서 1만㎡ 이상 대규모 토지를 개발할 때 걸린 인허가 평균 기간은 40개월을 넘었다. 용산 관광버스터미널 개발사업(1만8953㎡)은 45개월, 경의선 홍대입구역 개발사업(2만844㎡)은 47개월, 강동 서울승합차고지 개발사업(1만4797㎡)은 57개월 등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 인허가만 빨리 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착공할 수 있다”며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착공 시점을 계산할 때 서울시와의 인허가 협의 기간은 빼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업무용 토지에 관한 해석이다. 기재부는 공장과 사업장 등 업무용 토지와 건물에 대해서만 투자로 인정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전 부지에는 업무시설 외에도 전시장, 호텔 등이 함께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밝힌 한전 부지 개발계획에 따라서다. 현대차 입장에선 기재부 방침을 따르자니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기 힘들고, 서울시를 따르자니 세금을 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박수진 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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