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급 AP 양산기술로 애플 이어 퀄컴 공급
시스템LSI사업부 올 8000억 적자서 흑자 전망
[ 남윤선 기자 ]
올해 적자 사업부서로 전락한 삼성전자의 비(非)메모리사업이 내년 부활을 꾀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차세대 14나노 기술(핀펫)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뒤 애플 등으로부터 수탁생산(파운드리) 주문량이 늘고 있어서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위축됐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한발 빠른 기술력으로 재도약에 나서고 있는 것.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8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하지만 내년엔 확실한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차세대 AP 거래처 3곳 이상 확보
삼성전자 관계자는 “14나노 핀펫 AP는 올 연말부터 정상적으로 양산되고 있으며 최소 세 군데의 거래처를 확보했다”고 28일 말했다. 삼성은 자사 갤럭시S6와 애플 아이폰7용 AP 제조를 수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외에도 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AP 수탁생산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핀펫은 반도체를 3차원으로 쌓는 기술이다. 핀펫 공정을 적용한 14나노급 AP를 생산하는 것은 삼성이 처음이다.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20나노 평면 AP에 비해 전력소비는 35% 이상 줄고 데이터 처리속도는 20% 빠르다. 또 면적도 14%가량 작아 더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삼성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 아이템이 AP인 만큼 이 분야 경쟁력 확보는 수익성 개선과 직결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직접 하는 독자 AP 브랜드인 ‘엑시노스’ 사업과 애플 퀄컴 등의 설계도면을 받아 수탁생산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엑시노스 AP는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에 일부 탑재된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전성기는 2011~2012년이었다. 당시 갤럭시S3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애플의 AP도 전량 수탁생산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6용 AP 수탁생산 물량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뺏기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심지어 기술적인 문제로 올초 출시된 갤럭시S5에 엑시노스보다 퀄컴 AP가 더 많이 탑재됐다.
2011년 한때 세계 모바일AP 시장에서 10%를 웃돌던 엑시노스 점유율은 지난 2분기 3% 선까지 떨어졌다. 올해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비메모리사업 부활하나
시스템LSI사업부가 부활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기술이 14나노 핀펫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내세워 애플 아이폰7용 AP 수탁생산을 수주했다. 갤럭시S6에도 14나노 핀펫 기술을 적용한 엑시노스AP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는 아직 16나노 AP밖에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 AP 양산에 회의적이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이어서 대량 생산 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연내 양산에 실패할 경우 아이폰7이나 갤럭시S6용 AP를 공급하지 못해 시스템LSI사업부가 내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AP 양산에 성공하고 애플 외에 추가 거래처까지 확보함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 채비다. 게다가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퀄컴의 수탁생산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확실히 앞선 양산 기술을 확보한 만큼 다른 스마트폰업체들도 14나노 핀펫 AP를 적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내년에는 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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