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업 만족도
양평 1위 가평 64위
[ 정인설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전국 규제지도는 처음으로 모든 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구)를 대상으로 기업 환경 순위를 매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을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수도권 규제법을 적용받는 수도권 지자체들은 지방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제약이 많아서다.
그렇다면 비슷한 조건을 가진 수도권 지자체 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순위는 어떻게 나왔을까. 기업활동과 관련된 각종 조례와 지침 등을 분석한 객관적 지표 평가(기업활동 친화성 평가)에서 서울과 경기, 인천의 66개 시·군·구 중 경기 여주시(80.3점)와 양주시(78.8)가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을 뜻하는 S등급에 속했다. 수도권지역 가운데선 공장을 설립하고 창업하기에 가장 수월한 조례나 규칙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의왕시(76.8)와 광주시(74.9)가 뒤를 이었고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이천시(73.1)도 우수등급인 A를 받았다.
반면 경기 오산시(61)는 최하위 등급인 D로 분류됐다. 오산 옆의 용인시(64.5)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두 지역은 대기업 공장이 상대적으로 많아 기업 유치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산은 공장 설립 부문에서 57.7점으로 61위에 그쳤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용인은 기업 유치 부문에서 50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여주(82.7)와 양주(80.8)는 공장 설립 부문에서 각각 1위와 4위에 올랐다.
해당 지역에 입주한 기업들이 만족도 점수를 매긴 주관적 지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여주는 72.5점으로 3위였지만 용인과 오산은 각각 64.3점과 66점으로 하위권에 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극과 극인 라이벌 지자체는 또 있었다. 인근에 있는 경기 안양시와 시흥시가 대표적이다. 객관적 지표인 자치 규제 기준으로 보면 안양시는 74.7점으로 전체 6위였지만 시흥시는 60.8점으로 66개 중 63위에 그쳤다. 시흥시는 기업 유치 부문에서 50점으로 최하위였고 다가구 신축 부문에서도 64위였다.
서울에선 금천구와 관악구가 대비를 이뤘다. 금천구는 기업 친화적 규제 측면에서 72.8점으로 서울 25개구 중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관악구는 60.1점으로 최하위권인 24위에 머물렀다. 강북에선 성동구가 71점으로 서울 2위였지만 인근 종로구(61)는 23위였다.
기업 만족도에선 도봉구와 강북구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도봉구는 71.2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반면 강북구는 63.3점을 받아 가장 낮은 D등급으로 평가됐다. 경기에선 양평시와 가평군이 엇갈렸다. 양평은 78점으로 66개 수도권 지자체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가평은 63점으로 64위에 그쳤다. 인근에 있는 경기 동두천시(72)와 포천시(63.2)도 기업으로부터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전국 규제지도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일선 지자체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며 “지자체 규제 행정을 선진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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