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1만 가구대…'악성 미분양'이 팔린다

입력 2014-12-28 21:24
수정 2014-12-29 05:06
청라 일산 등 판매 속도 빨라져…대형 아파트에도 수요자 입질
부동산 활황기 2007년과 비슷

전셋값 급등, 분양시장 활기 띠자 당장 입주 가능한 곳 매력 커져


[ 김동현 기자 ]
인천 경서동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 766가구·조감도)는 작년까지만 해도 준공 뒤 미입주 물량이 200가구를 넘었다. 분양(2009년 말) 때는 인기가 좋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계약 해지와 함께 입주를 포기한 이들이 속출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미분양 물량은 10가구 정도로 줄었다. 분양대행사인 이삭디벨로퍼 관계자는 “올 들어 한 달에 10건 정도 계약되던 게 9월부터 30~40건씩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골칫거리였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팔려나가고 있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해 전셋값까지 크게 오르자 무주택 수요자들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1만가구대로 줄어든 준공 후 미분양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0월 말 기준 1만7581가구로 지난해 말(2만1751가구)에 비해 19.1% 줄었다. 이는 2007년 12월(1만7395가구)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 5월 소폭(585가구) 증가한 때를 제외하면 줄곧 감소세다. 지난 8월 이후부터는 2만가구 이하로 내려갔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가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8년 초 이후 약 7년 만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의 ‘일산 푸르지오’의 경우 지난해 5월 분양 당시 대규모 미분양이 나왔지만 지난 10월 모두 팔렸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 건수가 9월 이후 월 60여건까지 늘어나면서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대형 아파트에도 수요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신천동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전용 119·120·123㎡ 등 대형 평형이 미분양으로 있었지만 현재 1가구만 남아 있다. 인근 잠실푸르지오 공인 관계자는 “10월과 11월 두 달간 10건 이상 계약되면서 매물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환매방식 전환도 잇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부 규제 완화가 이어지고 내년부터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미분양 아파트 등을 찾는 수요자들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지역 ‘전세 난민’이 경기권으로 이동하면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들을 수용할 다세대 주택이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마케팅 업체인 타이거하우징의 김태욱 사장은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 점도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살아 본 뒤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환매형 아파트’가 늘어난 것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든 요인이다. 환매형 아파트는 분양금액의 20~30%를 전세금 명목으로 내고 2~3년간 살아 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임대가 아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게 일반 전세아파트와는 다르다. 고양시 식사동 ‘일산 자이’의 경우 모두 4683가구 중 366가구가 환매형으로 판매됐다. 분양 관계자는 “지난 11월부터 환매를 요청한 가구(108가구)에 대해 재분양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