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공감대 확산
여권, 기업인 가석방 기류 확산
새누리, 29일 최고위 논의 후
청와대·법무부에 공식 건의
새정치연합 부정적 입장 속
이석현 등 일부 "반대 안한다"
[ 이정호/정소람 기자 ]
청와대는 26일 수감 중인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말 기업인 (특별)사면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면서도 기업인의 가석방 가능성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요건이 갖춰지면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기업인이라고 혜택을 줘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안 된다는 원칙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4일 “누구든지 요건에 맞으면 가석방할 수 있다”며 “요건에 맞는데도 경제인이라고 해서 가석방이 안 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모범 수형자를 대상으로 매달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개별 수형자를 심사한 뒤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여부를 최종 결재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경제활성화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감 중인 기업인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 가석방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변에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며 “기업인들이 더 심하게 당한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가석방 문제에 대한 지도부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 청와대와 법무부에 이 문제를 공식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가석방, 경제 도움되면 野와 협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동시에 청와대와 법무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해석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수감 중인 기업인 가석방을 신중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가석방이라는 제도의 조건에 맞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 원칙에 부합하면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그런 큰 틀 속에서 정부가 협의를 요청해 온다면 야당과도 접촉해 컨센서스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혜를 주는 사면과 법 원칙에 따르는 가석방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대한항공 사태로 사회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안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업인이라고 해서 가석방해주지 않는 것은 형평 원칙상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형사 정책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여권 내에서는 가석방이 추진된다면 시기는 내년 설 연휴(2월19일)나 3·1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가석방이 자칫 대기업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여권 전체에 큰 부담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업인 가석방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비리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을 위한 군불 때기를 본격 시작했다”며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고, 비리 기업인에게는 더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지난 25일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 가석방은 평등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법무부의 기업인 가석방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황교안) 장관의 평소 스타일이 워낙 기준을 중시하고 기본적으로 심사위의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큰 기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민심이 경제인 사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진일보한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모범수로 복역했는데도 부정적 여론에 밀려 형기를 다 채우는 역차별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분위기가 조성되면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과거보다 전향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정소람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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