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바뀌는 수능 영어, 정말 '절대평가' 맞나?

입력 2014-12-26 14:36
수정 2014-12-26 16:35
'4~5등급 준거설정 방식' 유력 … 상대평가 요소 가미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디. <편집자 주>

오는 201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교육부가 25일 밝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절대평가와 다른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평가 요소가 일부 가미된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교육부가 절대평가 강조한 이유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절대평가’에 방점을 찍었다. 절대평가는 수험생이 일정 점수만 넘으면 이에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받는 게 핵심. 교육부는 이를 위해 현행 상대평가 방식에서 제공되는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간소화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등급만 제공키로 했다.

수능 영어 90점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하자. 절대평가가 시행되고 1등급을 90점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의 성적에 상관없이 1등급을 받는다. 반면 현행 상대평가 방식은 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100점을 맞아도 1등급(4%)을 못 받을 수 있다.

교육 당국이 절대평가를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학생 간 상대적 서열을 중시하는 현행 평가 방식은 성적 향상을 위한 무한경쟁을 초래한다. (상대평가가)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는 과잉학습을 유발했다”고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 '상대평가' 요소 가미된 절대평가

하지만 교육부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방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적으로는 상대평가 요소가 반영될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수능 영어의 등급을 몇 개로 할지, 또 등급을 나누는 방식은 어떻게 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고정분할 방식에 의한 9등급제’와 ‘준거설정 방식에 따른 4~5등급제’다.

일반적인 절대평가의 의미를 구현한 것은 고정분할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정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 예를 들어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90점 미만은 2등급 식이다.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해당 등급을 받을 수 있어 교육부가 설명한 절대평가 방식과 상통한다.

영어에 앞서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한국사가 이 방식을 택했다. 수능 한국사는 고정분할 방식 9등급제가 적용될 방침이다.

그러나 수능 영어에서 채택이 유력시되는 쪽은 준거설정 방식 4~5등급제다. 준거설정 방식은 등급 기준 점수가 매년 시험 난이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 1등급 기준 점수가 올라가고 쉽게 출제되면 내려가는 식이다.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통상적인 절대평가 개념과는 다르다. 응시자 점수 분포 등을 감안해 등급 점수를 정하므로, 사실상 상대평가 요소가 가미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등급이 현행 9개에서 4~5개로 줄어들면서 1등급의 범위는 현재 4%에서 15% 내외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 매년 새 기준 설정하는 건 문제

교육부는 수능개선위원회 논의 결과를 반영해 두 방안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결정키로 했다.

수능개선위 위원장을 맡은 김신영 한국외대 교수의 성향을 감안하면 준거설정 방식 4~5등급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지난 10월 교육부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방안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서 9등급제보다 ‘4~5등급제 절대평가’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준거설정 방식 4~5등급제로 결정되면 매년 기준 점수가 달라져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 이종서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준거설정 방식 등급제는 학생들의 점수 분포도나 시험 난이도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도 “매번 준거설정을 새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일단 성적이 산출된 뒤 준거설정 과정을 거쳐 최종 성적 산출이 늦어지고, 수험생 혼란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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