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증시 '안갯 속 비극'…극본·주연 '美 금리 인상'(종합)

입력 2014-12-26 14:20
[ 권민경 기자 ]

2015 을미년(乙未年) 국내 증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놓일 전망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권사들도 올해는 눈높이를 낮춰잡기 바쁘다. 아예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비관론을 펼치는 증권사도 있다.

내년 증시 앞길을 흐릿하게 하는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꼽힌다. 극본 미국 중앙은행(Fe), 감독 및 주연 재닛 옐런 의장의 '금리 인상' 영화가 상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미국의 통화 정책 변경에 따른 우려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를 불안하게 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박스권 증시를 염두에 둔 보수적 대응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지수 상승을 열어둔 탄력적 대응을 추천했다.

◆ 코스피 '상저하고' 우세…상반기 변동성 확대

한경닷컴이 조사한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절반 이상인 7곳(삼성, 현대, 하나대투, 신한금융투자, 한국, 대신, 신영)은 내년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KDB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고, 우리투자증권만 '상고하저'의 정반대 전망을 내놓았다.

'상저하고'를 예상한 증권사들은 상반기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최대 변수로 미국 금리 인상을 지목했다. 내년 6월께 Fed가 첫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를 앞두고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국내는 물론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통화 정책 변경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달러 강세와 비 달러 약세 국면에서 신흥국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높아지는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Fed가 시장 안정을 고려해 자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자금 유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정책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한쪽 방향으로의 추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국면에서는 금융 시장 불안정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국내 증시도 박스권 틀에서의 움직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 유럽·일본 추가 부양 '기대'…하방 경직성 확보

미국 금리 인상이 부정적 변수이긴 하지만 유럽과 일본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다소나마 이를 상쇄시킬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의 경우 독일도 투자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가 문제되고 있어 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를 끝까지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ECB의 국채 매입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또 "소비세율 인상 결정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내년 초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미국 이외 지역의 유동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유동성 환경은 일본의 유동성과 더불어 2분기부터 순증 사이클로 돌아서는 유럽 유동성에 힘입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통화 정책 완화 기조도 내년 증시 불확실성을 낮춰줄 재료로 꼽혔다.

신 센터장은 "중국은 부동산 경착륙 리크스를 완화하기 위해 통화 정책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며 "ECB의 자산 확대 본격화와 재정확대 전환 등과 함께 경기 침체 리스크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다.

조 센터장 역시 "중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한국 금리 인하를 유인하며 재정정책과 더불어 국내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기에 유가 하락과 환율 하락이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면서 증시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하반기, 맑음 기대…'부양 정책+유가 하락' 효과

상반기 증시 기상도가 우울한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좀 더 맑은 날을 기대할 만 하다.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서되고 유럽과 일본의 부양 정책에 따른 세계 경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약세, 유가 하락, 신흥국 금융 불안 등 국내 기업 수출환경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며 "이에 따라 정부의 구조개혁 의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저성장에 대응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하반기에는 국내외 정책 효과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인해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여부는 불확실해 짚고 가야 할 변수라는 지적이다.

이상화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전체 기업의 당기 순이익 전망치는 100조원 대로 추정된다"며 "이는 올해 대비 25% 이상 증가하는 수치지만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의 낙관적 전망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유망 업종은 은행·건설·보험 등 정책 수혜주(株)와 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연결된 지주회사로 모아졌다.

양 센터장은 "국내외 정책 기대감이 꾸준히 작용하는 은행·건설 업종과 선진국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IT 반도체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배당 성향 확대 가능성을 지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