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TAI 예년보다 ↓…덩달아 상권 연말 분위기 한산
'연봉 50%' 인센티브 OPI도 확 줄 듯…사업부·계열사간 희비 극명
[ 김민성 기자 ] 서울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 대로에 자리잡은 삼성그룹 서초본관.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삼성 계열사 목표인센티브(Target Achievement Incentive: TAI) 지급일인 24일 삼성 주변 상권은 차분했다. 고층 빌딩으로 둘어싸여 평소에도 '빌딩 바람'이 거세지만 이날 유독 더 찬바람이 휘돌아나가는 분위기다.
점심 시간에 들른 유명 고기 음식점도 일반 주중보다 한산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차를 낸 직원이 많은 탓도 있지만 성과급 수령으로 한턱 쏘는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 점심뿐 아니라 연말 저녁 송년회 및 술자리 씀씀이도 많이 줄었다는 게 식당 직원들의 귀띔이다.
12월은 삼성맨이 본봉과 한해 목표인센티브 지급으로 월급을 두번 받는다. 최근 수년간 수백만 원 성과급을 '크리스마스 선물' 격으로 지급받아 일반 샐러리맨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다소 썰렁한 강남역 식당가 분위기만큼이나 삼성 내부에서도 "성과급 잔치는 옛말"이라 한숨이 나온다. 이미 계열사 및 사업부 별 TAI 지급 규모를 통보받은 삼성 계열 직원 다수는 예년보다 지급 규모가 줄었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대부분 계열사가 올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성과급도 예년보다 줄어든 탓이다.
삼성그룹 성과급은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지급하는 생산성 달성 목표인센티브(TAI)와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인센티브(OPI)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급된 이날 TAI 역시 지난해보다 줄었다. 삼성전자 과장급의 경우 최대치인 기본급 100%까지 TAI를 받으면 2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올해 IT·모바일(IM) 무선사업부 등은 실적 악화 여파로 TAI가 5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까지 분기 최대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사업부이지만 올해 스마트폰 수익성 악화로 기본급의 30% 대 TAI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00만 원을 받았다면 올해는 60만 원 대로 3분의 1 규모로 축소된 것. 최근 2000명에 달하는 삼성 임원의 내년 연봉을 동결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반면 올해 실적이 좋았던 부품(DS) 부분 반도체와 소비자가전(CE) 내 TV 사업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본급 100% TAI가 지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다는 삼성의 '신상필벌' 인사 기조가 성과급에도 동일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제 남은 관심사는 내년 1월 말 지급될 OPI다.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사원부터 대리·과장·차장·부장급까지 수천만 원의 인센티브를 한번에 받을 수 있다.
아직 사업부별 OPI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AI와 마찬가지로 OPI 역시 예년의 '인센티브 잔치'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한 사업부와 성과를 낸 부서 간 OPI 차이가 분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는 IM 부문의 경우 무선사업부는 연봉의 20~25%에 머무르는 반면 DS와 CE 부문 내 메모리 반도체와 TV 50% OPI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봉 5000만 원이라면 무선사업부 OPI는 1000만 원이지만 DS와 CE 내 해당 직원은 25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흑자 기조는 견조하게 이어간 삼성전자와 달리 실적 침체를 겪은 여타 계열사는 TAI는 물론 OPI 역시 지급되지 않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성과급은 계열사 별 실적으로 결정하는 사안" 이라며 "개인 고과 별로 인센티브 지급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줄고, 늘었는지 말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