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연 기자 ]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자리를 두고 예비 후보들의 선거전이 막을 올렸다. 예비 후보들은 민간 금융권 출신으로 모두 20년 이상 금융권에 몸 담은 전문가다. '관피아'와 '정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워 이번 선거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투협회장은 시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업계와 당국의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금투협 회장선거 예비 후보들을 상대로 금융투자업계와 금투협 발전 방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1999년 외환위기 당시 2300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던 제일투자신탁증권을 연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흑자회사로 키운 인물이다. 투신사들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직접 발표자료를 만들어 푸르덴셜그룹과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1억4000만달러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그는 제일투자신탁증권뿐 아니라 한국 다이너스카드, 아테네은행, PCA자산운용 코리아 등도 적자회사를 흑자회사로 만든 경력을 갖고 있다. 황 전 사장이 금융투자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25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수장으로 지내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던 그가 최근 기사가 딸린 차에서 내려와 다시 발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금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황 전 사장을 만났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좋은 걸 받은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적자회사들의 수장을 맡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이들 회사로 흑자회사로 전환시켰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역경 등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최근 그의 구두 수명은 2개월로 줄었다. 지난 10월부터 금융투자협회 회원사 166곳을 직접 방문하면서 구두 한 켤레의 굽이 다 닳았다.
"지난 2개월간 160여명의 자본시장 최곡경영자(CEO)들을 만났습니다. 증권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선물, 부동산신탁사 모두 이제는 생존의 임계선까지 몰려 있었습니다. 창조 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핵심 금융산업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었죠."
황 전 사장은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미래의 먹거리 창출과 금융영토 확장을 꼽았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지점 자체에서 수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회사별로 비즈니스 모델이 있겠지만 시장 자체를 키울 먹거리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의 영역 확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지낼 때 증권사의 주요 업무를 50개로 분류해 매주 업계 순위를 매겼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사내 역량을 집중시킨 결과 신상품 개발,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헤지펀드 업무 등 새로운 먹거리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바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 등과 소통하며 금융투자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국내외 금융 영토 확장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는 이어 "금융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키우기는 것이 우리 산업 자체를 키우고 보호하는 일"이라며 "업계의 자율 규제 영역을 확대하고, 준법 정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전 사장은 금투협회장으로 당선되면 연임 없이 3년 단임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단임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금융투자협회를 이끄는 것은 혼자만 할 수 없는 일이고, 변화를 위해 또 다른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회원사과 공유한 문제를 3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해결할 것입니다. 3년 후에는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는 상태로 남고 싶습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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