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거센 '후폭풍'
이념 논란…연말 대치정국 장기화 될 듯
경제활성화 법안 등 처리 표류 가능성
[ 이정호 기자 ]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최근 ‘청와대 문건 유출 및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때 통진당을 선거용 야권연대 대상으로 삼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론 악화의 불똥이 튈까 걱정하며 통진당과의 거리두기에 주력하고 있다. 어수선한 연말 정국에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이라는 정치적 사건이 더해지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과 민생·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이번 헌재 결정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적극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을 향한 종북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 확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 부정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대한민국이 종북 세력의 놀이터로, 국회가 종북 세력의 해방구로 전락하는 것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을 겨냥, “야권연대라는 화려한 독버섯에 혹해 종북 숙주 노릇을 하는 정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통진당과 선거연대를 꾀했던 정당과 세력은 통렬히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해 정치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렇게 나쁜 정당이 우리 사회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2년 4·11 총선에서 통진당과의 야권연대 전략을 폈던 새정치연합은 헌재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뜻을 내놨다. 새정치연합은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이후 선긋기를 하며 통진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통진당 의원들의 국회 입성에 일조했다는 ‘원죄론’ 여론이 확산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는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사상의 자유인데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헌재 결정은 존중하지만 정당 해산 결정이라는 중대 사안은 헌재가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투표로 심판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임시국회가 사흘째 파행을 겪고 있는 데다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정치권 내 이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여 연말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부문 개혁 등 국정과제 추진과 부동산 3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여야 이견이 팽팽히 맞서는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해를 넘겨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