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배당 압박
연기금·운용사와 연대
주주제안으로 주총 개최
상장사 "투자 더 위축"
[ 서기열 / 안상미 / 황정수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9일 오후 4시9분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방식으로 투자기업의 배당안을 만들어 직접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등 강도 높은 배당 인상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최근 주요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배당 인상 압력은 투자 여력을 감소시켜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적극적인 배당률 인상 요구를 위해 저배당 기업 명단 공개, 주주제안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2월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과소배당 판단 기준’을 마련, 배당이 적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소명을 요청하기로 했다. 해명이 충분치 않을 경우 1년간 중점감시 명단에 올려놓고 그후에도 배당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 이후 1년간에도 저배당 정책을 유지하면 연기금, 운용사 등과의 연대를 통해 주주제안 방식으로 주총을 열어 배당률을 강제로 바꾸기로 했다. 주주제안은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진에 주총 안건을 제안하는 것으로, 경영진은 이 안건이 정관에 위반되지 않는 한 주총에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이 △낮은 배당에 대한 소명 요구 △저배당 기업 명단 작성 및 공개 △주주제안 등 강도 높은 압박카드를 꺼낸 데 발맞춰 다른 연기금 및 운용사들도 배당 요구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몇 년 전에 배당과 관련해 유일하게 10%가량 의결권 반대표를 행사했는데 역부족이었다”며 “국민연금과 함께한다면 실력행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쇼핑, 현대위아, 현대제철, LG전자 등이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유력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상장사들은 정부가 최근 공기업 배당률을 높이기로 한 데 이어 국민연금이 강도 높은 배당 정책을 마련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계 일각에서도 경영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채 배당 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경기 진작 효과를 위해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동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기열/안상미/황정수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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