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포장마차가 겨울철에 많아지는 이유?…"무無!"

입력 2014-12-19 11:03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더불어 신축년 1961년생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장편소설 ‘신’의 도입부에서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냅니다.

“이것은 신보다 우월하고 악마보다 나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있고, 부자들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 만약 사람들이 이것을 먹으면 죽는다. 이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 여기서 정답을 거론한다고 ‘스포일러’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무[없을 無]지요.” 없다는 얘깁니다. 9세기 인도에서 발명된 기호 ‘0’ [떨어질 零]’을 뜻합니다. 답이 왜 ‘무’인지 설명은 생략합니다. 책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파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처럼 ‘무’를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8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겨울철 대표 먹거리’ 테마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비롯합니다. [조사주체=취업포털 잡코리아, 일시=2014년 11월 25일 ~ 12월 10일, 방법=온라인+모바일 설문]

응답자들에게 “싫어하는 겨울철 음식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1등의 대답이 뜻밖에도 “없어요”라는 겁니다. 복수응답이긴 하지만 이의 응답률이 45%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절반 정도가 겨울철에 주로 나오는 식품은 뭐든 좋다고 느낀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이 설문항목에서 1위 ‘무’에 이어 나온 대답의 순서를 매기면 이렇습니다. 2위 냉면 28.1%, 3위 팥죽 25.0%, 4위 김장김치 5.7%, 5위 찐빵 5.3%, 6위 우동 4.4%, 7위 붕어빵 3.5%, 8위 호떡 2.7%. 9위 군고구마와 군밤 2.4%, 10위 귤 2.0%, 11위 어묵과 떡볶이 1.2%.

냉면을 비선호 겨울 음식 2위로 꼽은 응답자들은 이유로 ‘이냉치냉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먹으면 더 추워질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냉면은 따지고 보면 본디 겨울 음식이지요.

그런데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냉면이 그 시원함 덕분에 이제 여름 음식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잡코리아 관계자는 해석합니다. 또 싫어하는 겨울 음식으로 팥죽을 꼽은 이들은 ‘팥을 싫어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내용으로 이뤄진 이번 설문결과에 따르면 우리 성인들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붕어빵을 꼽았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57.7%)이 이를 지지했으며 여성의 선호도(여성 응답자의 61.1%)가 높았습니다.

남성은 붕어빵 (47.5%) 보다 ‘군고구마와 군밤’ (47.8%)을 겨울철 1순위 먹거리로 뽑았고요. 여성은 군고구마와 군밤에 대해선 49.1%가 지지했네요. 여성의 선호도는 이들에 이어 △호떡 (34.7%) △찐빵 (34.1%) △어묵과 떡볶이 (29.3%)순서였고 남성은 이들에 이어 △찐빵 (39.7%) △어묵과 떡볶이 (29.2%) △호떡 (23.3%)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선택한 음식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들은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다” “따뜻해서” “값싸고 먹기 편해서”라고 이유를 말했습니다.

선호하는 겨울 음식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남녀 모두 떡볶이, 어묵, 붕어빵 같은 스트리트형 음식 (53.3%)을 1위로 선택한 것이 특징입니다. 2위는 군고구마와 군밤 같은 화로형 (44.4%)이, 3위는 우동이나 국밥, 찌개 같은 뚝배기형 (34.4%), 4위는 커피나 핫초코 같은 티타임형(33.1%), 5위는 찐빵이나 호두과자, 만두 같은 한입간식형 (22.5%)이 차지했네요.

사람들이 겨울 음식이 가장 생각나는 시간대는 언제일까? 남녀 모두 △퇴근시간 (38.4%)을 1순위에 올렸습니다. 다음 △저녁시간 (20.5%) △밤이나 새벽 (18.5%) △일과시간 (6.5%) 순.

생각과 달리 실제로 겨울 음식을 먹는 시간에 대해 응답자들은 ‘저녁시간’ (39.3%)을 가장 많이 지적했습니다. 이어 △퇴근시간 (31.8%) △주말이나 쉴 때 (10.9%) △밤이나 새벽 (9.9%) 순.

이 설문항목에서 재미있는 것은 밤이나 새벽에 음식이 생각난다는 응답률에 비해 실제로 먹는다는 답변의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사실. 다른 시간과 달리 밤과 새벽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20세 이상의 성인들은 “만약 겨울 음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겠냐?”에 붕어빵이나 계란빵 같은 빵류 (25.3%), 떡볶이나 어묵 같은 분식류 (24.7%) 우동이나 각종 탕 같은 국물류 (17.8%) 군고구마나 군밤 같은 구운 음식 (12.6%)을 지목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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