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고리 原電 설계도 유출

입력 2014-12-19 04:02
한수원, 검찰에 해킹 수사 의뢰
블로그에 한동안 도면 노출


[ 심성미 기자 ]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 등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보관 중인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도가 유출됐다. 국가 기밀자료에 준하는 원전 설계도가 유출됐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아직 정확한 유출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18일 “원전 설계도와 직원 교육자료 등 내부 자료가 유출돼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에 따르면 해커 A씨는 최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한수원을 해킹해 기밀 자료를 빼냈다”는 글과 함께 월성·고리 1호기의 원전 설계도면을 게시했다.

이 블로그엔 고리와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도와 계통도를 비롯해 원전 주변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도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를 폐쇄해 달라는 한수원의 요청으로 현재는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없는 상태다.

자료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해커는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후 엠 아이(Who Am I)’라고 소개했다. 이 해커는 블로그가 폐쇄되기 전까지 “1차 공격은 하드 파괴로 끝났지만 2차는 제어시스템을 파괴할 것이다.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다. 후쿠시마와 같은 참사는 원하지 않는다. 바이러스를 몇 개나 흘렸는지도 모르는 한수원 보안엔 너무 큰 구멍이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한수원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오전부터 18일까지 1만대의 한수원 컴퓨터를 전수조사했지만 해킹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킹 가능성과 하드카피 문서 유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식·민병주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원전에 대한 해킹 시도는 1843회에 달한다. 원전 내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거나 백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지 않고, 허가받지 않은 USB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도 최근 적발된 바 있다. 지난달엔 한수원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ID)와 비밀번호 19개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유출된 것이 확인돼 원전 보안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