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보충대대 '歷史속으로'…의정부 지역경제 '寒波속으로'

입력 2014-12-18 21:40
인사이드 스토리

1952년 창설…62년간 500만 병사 배출
입영대상 인원 감소따라 부대 통폐합
장교들 "댐 생겨 수몰되는 마을이장 심정"

음식점 "입영일에 매출 60% 올렸는데…"
주변 버스·택시·숙박업계도 울상


[ 홍선표 기자 ]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친 지난 16일 오후 1시,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에 있는 306보충대대 일대는 짧은 머리의 청년들과 그 가족들로 붐볐다. ‘306보충대대 해체 결사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선 인근 식당 종업원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오후 2시30분께 입영식을 마친 청년들이 줄을 서 부대 안 체육관으로 향했다. ‘잘 다녀와’,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라는 가족과 친구들의 외침이 연병장에 울려 퍼졌다. 행진 대열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부모와 친구, 연인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는 23일 열리는 마지막 입영식을 끝으로 더 이상 이곳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지난 62년간 500만명이 넘는 육군 병사가 거쳐간 306보충대대가 오는 31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수도권과 중·서부 전선에 배치되는 장병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했기에 ‘관문 대대’라는 별칭으로 불렸지만,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부대 통폐합의 흐름을 비켜 갈 수는 없었다. 입영자 가족 친구 등 매년 50만여명이 찾았던 306보충대대의 해체가 임박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306보충대대는 6·25전쟁 중이던 1952년 부산 동래에서 창설됐다. 갓 훈련을 마친 신병이 부대 배치 전까지 머무는 곳이었다. 1958년 의정부로 이전했고, 1989년부터 지금의 용현동에 자리를 잡았다. 306보충대대에 입대한 청년들은 3박4일간 기본 제식훈련을 거친 뒤 전투복 등 필수 보급품을 받아 3군사령부 산하 15개 사단에 배치돼왔다. 육군 신병의 35%가 매년 이곳을 거쳐 갔다.

매주 화요일 평균 2000여명이 입대하는 만큼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용사가 배출돼 중·서부전선을 지켜온 셈이다.

예비역과 가족들에게 306보충대대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병사들은 입대 첫날 밤 생활관 침상에 엎드려 편지를 썼고, 부모 형제들은 ‘아들’이 보내온 편지를 눈물로 읽었다. 편지와 함께 배송된 아들의 사복이 담긴 소포를 받고서야 비로소 자식이 군에 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조구증 306보충대대 대대장(중령)은 “병사들 집으로 소포를 보내는 금요일마다 우체국에서 대형 트럭 두 대가 올 정도”라며 “이제 이 모든 것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댐이 생겨 수몰되는 마을의 이장과 같은 심정”이라고 아쉬워했다.

306보충대대의 해체는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1993년 46만1000명이던 징병대상자는 지난해 35만4000명까지 줄었다. 군복무 가능 인원이 매년 감소하자 국방부는 306보충대대와 같은 비전투부대 통폐합에 나섰다. 도로와 교통 사정이 좋아져 입영자가 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직접 찾아가는 데 따른 불편이 줄어든 것도 부대 해체의 배경이 됐다.

입영과 배웅을 위해 이곳을 찾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게 되자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의정부시 음식점과 숙박업소, 택시업계 등은 타격을 입게 됐다.

입영일에 한 주 매출의 60~70%를 올렸던 부대 인근 부대찌개 음식점 주인들도 울상이다. 부대 정문과 후문 인근에 있던 9곳의 음식점 중 2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60여대의 버스로 매주 장병들을 각 사단으로 수송했던 버스 회사도 일감을 잃게 됐다.

부대 정문 앞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희구 씨는 “부대 해체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말부터 인근 상인들과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서명을 받았다”며 “부대가 해체되면 연간 22억원의 예산이 절감된다지만 의정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의정부=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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