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겨울이라더니…기상청의 '배신'

입력 2014-12-18 21:05
수정 2014-12-19 04:02
29년 만의'12월 한파'
대륙 고기압·제트기류 겹쳐
서울 영하 13도까지 떨어져
평년 영하 2.3도 크게 밑돌아

기상청"이례적 강추위"
찬 기단 정체 등 예측 어려워
이달 말부터 예년보다 포근


[ 강경민 기자 ]
영하 10도를 밑도는 때 이른 겨울 추위가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전국을 강타했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포근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당초 예보와는 딴판이다. 대륙 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발달한 데다 제트기류의 남하, 한반도 인근의 대기 정체 등이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한 한파가 찾아왔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18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13.2도를 기록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달했다. 대부분 중부지방의 최저기온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 평균은 영하 7.4도로, 1985년(영하 7.9도) 이래 29년 만의 한파다. 같은 기간 최근 30년래 평년치(영하 2.3도)를 크게 밑돈다. 일반적으로 1월 중순께 찾아오는 한겨울 추위가 한 달 앞서 찾아온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21일 겨울철 날씨 전망을 통해 12월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고 예보했다. 당시 기상청은 예년에 비해 포근한 겨울이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예보는 완전히 빗나갔다.

조구희 기상청 통보관은 “현재 한반도 상공 5㎞에 영하 35도의 찬 공기가 내려와 있다”며 “올해 시베리아 고기압이 빨리 확장되면서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찬 공기를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찬 시베리아 고기압뿐 아니라 제트기류가 예년에 비해 한반도 쪽으로 남하한 것도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12월 초에 북위 40~50도 사이를 흐르는 제트기류는 한반도에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제트기류가 기압 차이로 북위 30~40도에 흐르면서 한반도가 찬 시베리아 고기압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있는 ‘저지(blocking) 저기압’이 이동하지 않고 버티면서 한반도 주변의 공기 흐름이 정체된 것도 한파가 계속되는 원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베리아 고기압, 제트기류, 저지 저기압 등 삼박자가 한꺼번에 형성돼 이례적인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기상청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기상청은 “이달 말부터는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찾아오겠다”는 기존 예보가 빗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위는 19일 오후께 전국에 눈이 내리면서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눈이 그친 뒤 21일과 22일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9도와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다시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23일부터는 찬 대륙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평년 기온을 웃도는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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