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코스피지수가 미국發 '훈풍'을 기대했다가 러시아發 '한파'에 나가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러시아 금융 불안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 외국인, 5000억 넘는 매물 폭탄 쏟아내
1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6포인트(0.14%) 하락한 1897.50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4일(1886.85)과 5일(1891.32)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낮은 수준이다.
이날 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현행 0%~0.25%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한데 힘입어 장 초반 상승했다.
Fed는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끝내고 내놓은 성명서에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을 깬 비둘기파적 결정에 미국 증시는 나흘 만에 반등, 화답했다. 다우지수는 1.69%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 넘게 뛰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장중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키우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반전했다. 오전 1900선이 붕괴되더니 오후 들어서는 1880선마저 위협받았다. 장중 1881선까지 내려가 연중 최저점을 하향 돌파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FOMC보다 러시아 금융 불안이 더 큰 변수"라며 "이는 신흥국 전체로 번질 수 있어 외국인들의 위험 자산 회피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전까진 코스피지수의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러시아 금융 불안은 국제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제재가 맞물린만큼 단기에 해소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446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7일 연속 순매도다.
기관이 4992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부족했다. 프로그램으로는 3659억5300만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러시아 금융 불안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번질 가능성은 낮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오래 갈 악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의 이자비용 부담이 2.9% 수준에 불과하고 대외채무와 외환보유액도 양호하다"며 "러시아의 디폴트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외 악재 발생 전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 규모는 3조5000억원, 최근 매도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도 공세가 8부 능선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증시 입성 제일모직 6%↑…시총 14위 등극
이날 업종별로는 하락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의료정밀(-2.29%), 증권(-1.14%), 종이목재(-1.11%)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비금속광물, 기계 등은 소폭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제일모직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날 증시에 입성한 제일모직은 공모가(5만3000원)의 두배에 달하는 10만6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 차익실현 물량에 급락했다.
오후 들어 상승 반전하더니 6.60%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순위는 삼성SDS와 기아차에 이어 14위에 등극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4포인트(1.04%) 밀린 527.52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월 25일(5237.26) 이후 6개월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46억원, 83억원 어치를 매수했지만 개인은 346억원을 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파이오링크가 NHN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인수에 이틀 연속 상한가까지 올랐다. 현대아이비티와 녹십자엠에스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헤스본과 폴리비전, 세진티에스, 원풍물산 등은 하한가로 내려갔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55원(0.60%) 오른 1101.54원에 거래됐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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