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국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 (4)
'귀족노조' 임금투쟁할 때마다
얇아지는 비정규직 월급봉투
[ 박수진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가 17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20년 만에 파업을 선언한 뒤 세 번째 부분파업이다. 노조는 임금을 평균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올려주고 25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을 보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씁쓸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 해 평균 7200만원을 받는 그들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자신들(평균 3900만원)의 배 가까이 받는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올해 3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높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2만7000여명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4만1000여명이다. 정규직의 두 배다. 회사가 고임금의 정규직을 뽑는 대신 비정규직(사내하도급 근로자)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은 2014년 대한민국 노조의 모습이다. 다름 아닌 ‘대기업 정규직의, 그들만을 위한 노조’다. 작년 말 기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184만8000명이다. 전체 가입 대상자(1794만2000명)의 10.3%에 불과하다. 이 중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226개가 전체의 72.8%(조합원 수 기준)를 차지한다.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장악하고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의 요구를 관철시킨다.
이들의 요구가 거세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이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 근로자다. 회사는 고임금의 정규직을 뽑는 대신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 8월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었다. 임금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정규직 임금 부담이 늘어나면 회사는 하도급업체에 부담을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 납품단가가 매년 깎이는 이유다. 그럴수록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3월 말 기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월 392만원이다. 이에 비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134만5000원으로 3분의 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빼먹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렵게 만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